독일 백장미의 이야기는 그 의로움과 용기에 비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나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접한 이야기에 새삼 놀랐다. 그들의 비폭력적인 투쟁과 당시 강한 민족주의의 억압, 또한 전쟁발발국이자 패전국의 민족이라는 이유일까..
우리는 일본이 그들의 식민통치 시절을 포장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모습에 분노하고 비난하며 독일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라 하지만 정작 그들의 깊은 곳의 상처까지는 제대로 보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국가는 민족성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개개인의 성향이나 의견과는 같지 않다. 히틀러 나치 시대, 결국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무수한 다른 민족과 인종을 학살했고 심지어 독일 안에서도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생명을 경시했다. 이는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모든 독일인이 이를 맹신하며 따른 것은 아니며 많은 지식인들이 이를 비판하고 인간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며 노력하다 죽음에 이른 것은 가끔나오는 영화나 책으로만 접해야 알게 되는 숨겨진 사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은 백장미라는 대학생 저항단체(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폭압 정치에 맞서 저항운동을 펼친 단체)의 리더 중 한명인 한스 숄과 또다른 주요 멤버 쇼피 숄의 언니인 잉게 숄이 자신의 이야기를 인터뷰하면서 풀어나가 듯 편안하고 추억과 기억을 더듬으며 책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처음에는 독일 부흥을 외치던 나치를 따르던 한스 숄이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면서 이에 반항하기 시작하는 모습부터 대학에서 백장미 단체의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고 활동을 이끌어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 종교조차 금지된 조국에서 민주화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시작된 그들의 투쟁과 사형대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회고된다. 노년의 할머니가 옛 추억을 이야기하는 듯한 이 책은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그저 독일의 지식인들 - 실제 이 백장미 단체의 멤버들은 대학교수이거나 의대 법대 등 뛰어난 학과의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 이런 일들을 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라는 다큐를 보는 듯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실제 백장미의 전단이나 독일 저항 운동의 선언문 등 당시 역사를 보여주는 실증이 첨부되어 있다.
한스 숄은 사형에 이르기 전 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 이 모든 것은 저 스스로 선탟한 것이니까요." 자식들에게 나치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비판의식과 사회의 모습을 알려주든 그들의 아버지는 정의가 살아있음에 그들이 역사의 일부분이 되리라 말씀하셨지만 그 마음은 분명 찢어질듯 아팠을 게 아닌가. 심지어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머니가 주신 쿠키를 웃으며 먹고 작별을 고한 소피의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소피의 마지막 날들'이라는 영화의 원작이 이 책이라고 하는데 왜 영화제목이 소피인지 알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앞서 말했든 어느 민족이나 역사 속에서 그들의 성향을 나타내는 모습들을 보여왔지만 그것이 그 민족 안의 개개인의 의지인 것은 아니다. 백장미라는 독일의 지식 저항 단체는 나치라는 거대한 민족성의 부당함을 알고 이에 맞서고자 하는 그들의 용기이자 빛이고 자유와 인류에 대한 사랑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에대한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한번쯤 다른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