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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절대 모르는 아들의 사춘기 - 사춘기 아들, 엄마도 함께 철들다
박형란 지음 / 미래문화사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약간의 머스타드 색이 가미된 노랑에 검정 제목. 긴 벤치의 양 끝에 앉아 서로 답답하거나 혹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 표지만 보아도 우리가 가질법한 문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아들과 엄마. 소통이 안되고 이해가 안되고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유치원 꼬마아이의 샛노랑이 아닌 밤꽃향기 느껴지는 성숙해가고 있는 아들과 마냥 착한 나의 아들로 있어주길 바라는 엄마와의 감정경고. 위험표시이다. 책의 표지가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는 표지만큼 내용도 실속있고 가독성쉽게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교사라고 소개한 저자의 수업도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념서가 아닌 실용서이니 만큼 예시도 알기쉽게 내용을 풀어나가는 방법도 꽤 구체적이고 다양함을 포함한다.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원래부터 주어진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뇌 자체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엄마는 속터져 죽는데 아빠는 아들과 시시덕거리며 놀다가 둘 모두 혼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아빠는 괜찮다고 넘기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까지는 양육의 주된 담당자이자 꼼꼼하고 세심한 (상대적으로) 엄마는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잔소리거리이자 고민거리가 된다. 딸의 사춘기도 복잡하고 험난하지만 같은 여자로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심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경각심은 가지고 사춘기를 보낸다. 사실 사춘기여자아이들 마음도 꽤나 시끄러울테지만 남자아이들처럼 투박하게 표현되지 않기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 대한 방법은 달라야 함이 옳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도 밝혔지만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에게 오늘날의 교육과정은 불리한 편이다. 서술형이라는 것 자체가 생각하고 글로 써서 표현해야하는데 남자아이들은 직관적이고 주절주절 설명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적인 접근도 직선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앉아서 수다떨거나 격한 동작을 피하려는 여자아이들과 달리 청년기까지 갈수록 에너지가 뻗치는 남자아이들은 그 에너지와 힘을 풀어낼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
이런 여러 과학적인 남자아이들의 성향에 맞춰 생생한 예시를 들어 가며 총 6개의 장으로 책은 구성된다. 1, 2장은 아들에 대한 이해에 집중하고 3장부터 5장까지 아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작가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한 해결법이 제시된다. 마지막 6장은 어떤 모습으로 부모가 삶을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데 결국 부모에 대한 잔잔한 위로와 격려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행복하라는 것이다. 책의 체계도 좋지만 두명의 아들을 키우고 공동체와 소통하며 학교에서 사춘기의 수많은 남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습득된 지식의 집약체는 상당히 보편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귀납적 해결이 사회적 문제에서 절대적일 수는 없지만 같은 교사로서 다양한 상황을 접하다보면 알게되는 기준이나 대체로 적용가능한 방법들이 생긴다. 작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왠만한 대학교수보다 더 가까이서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작가의 지식은 아마 꽤 정확하 것이라고 본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실제 사춘기의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들이 떠올랐는데 그들의 모습이 많이 겹쳐졌고 나의 해결법이 옳았거나 혹은 잘못된 접근이었구나 라는 반성이 많이 되었다.
실용서이다 보니 3-5장의 내용이 많이 와닿았는데 3장의 남자아이들의 멍때리기에 대한 내용이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작가의 의견에 공감했다. 4장에서는 배울 점이 많았는데 습관을 형성하는 기간이나 가출할 때에 대한 대비책, 한 부모 가정의 교육과 남자아이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은 미처 알지 못했던 점으로 아들을 둔 부모라면 꼭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5장의 내용도 현대에 충실한 현실반영적인 아들키우기의 방법이라 부모가 읽으면 좋을 것같다.
아들을 키우면서 하루에도 수백번씩 지옥을 오가고 명상과 수련으로도 해결이 안되서 차라리 안보고 만다는 장님 벙어리가 된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방학이 끔찍했다면서 드디어 개학인데 이제 선생님은 어떻하냐는 걱정하는 말도 들어봤다. 그래도 그런 부모를 만나면 그 아이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끊임없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방법을 찾고자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결국에는 바른 방향으로 돌아온다. 방황도 하고 지독한 사춘기의 흔적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들도 사실은 부모가 자신을 위한다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노력하는 부모들에게 이런 해결방법도 있다는 희망과 혹은 당신이 잘못해서 아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 책의 내용이 모두 옳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남자아이들이 똑같지 않기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을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에게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