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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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함축되어 있어 때론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될 때가 있다. 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시는 가볍지 않은 마음이 한자한자 또박또박 적혀져 그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 이제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지어야 하고 부모님의 좁은 어깨가, 늘어난 주름이 눈에 보이는 이 시기에는 엄마 혹은 아빠라는 이름만으로도 울컥해진다. 엄마와 딸 사이는 워낙에 각별해서 생각만해도 눈물부터 그렁그렁해지지만 아빠는 머랄까. 항상 사랑받아 왔다는 걸 알기에 떼 쓰는 것도 가끔은 나이들어 어리광도 부리지만 마음이 엄마만큼 가깝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멀리살아 전화를 걸어도 별일없냐. 그럼 됐다. 그만 끊어라. 가끔 부모님집에 가도 어 왔냐. 언제 다시 올라가냐. 이정도. 하지만 가끔 내비치는 아빠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지만 시로 접하는 순간 찡할 정도로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서 시를 읽으면서 눈물이 그렁거리는 시가 있었다. 기차역에서 돌아서던 내 뒤에 남겨진 아빠의 모습이 상상이 되서, 겨울철에 춥다는 뉴스만 떠도 아침부터 전화와서 감기에 쉽게 걸리는 딸에게 따뜻하게 입어라 마스크하고 가라고 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마음 한켠이 찡해지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시인이다. 간단하지만 가슴에 팍 꽃힌 [풀꽃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시를 접한 이후 그의 사물을 접하는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감성이 좋았다. 그런 마음을 담아 딸에게 보낸다. 마음을 옹골지게 응축시켜 시집간 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잔뜩 담았다.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이 얼마나 따뜻함이 느껴지는 말인가. 분홍색 표지에 연필로 그려진 수수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따뜻함을 극대화한다. 봄비같은 그리움이다.

가장 마음에 든 시는 [너 가다가]이다. (책 뒷표지에도 나와있는 대표시이다)

너 가다가

힘들거든 뒤를 보거라

조그만 내가

있을 것이다

너 가다가

다리 아프거든

뒤를 보거라

더 작아진 내가

있을 것이다

너 가다가

눈물 나거든

뒤를 보거라

조그만 점으로 내가

보일 것이다.

시집가서 아이를 낳아 힘들어하는 딸을 향한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끝까지 너를 사랑하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절절히 느껴지는 시라고 생각한다. 다시 이 시를 쓰면서도 다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아버지를 둔 딸들 모두가 나와 비슷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시집의 1부는 어제 - 딸의 탄생의 기쁨부터 딸에 대한 사랑이 잘 나타난 시들이 가득이다. 2부는 오늘 -자주 볼 수 없는 멀리 있는 딸에 대한 그림움과 아쉬움이 잔뜩 뭍어난다. 우리 아빠도 이렇듯 마음이 쓰일까. 아빠라는 존재도 이렇듯 어리광만큼이나 딸을 보고 싶고 그립고 생각나고 자주 볼 수 없음에 속상한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웃길 정도록, 마치 애인에게 투정부리듯 먼곳의 딸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이다. 친딸이 이 시집을 받아본다면 미안하고 웃음이 나오면서 눈물이 그렁거릴것 같다. 마지막 3부는 그리고 내일. 신에 대한 마음과 미래에도 계속될 딸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할 딸과의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시집의 어느 부분을 펼쳐도 부성이 흘러넘친다. 믿음과 아쉬움과 그리움과 애정이 범벅이 되어 흔히 보기 어려운(나만의 경우일지 모른다. 나의 아버지는 경상도 무뚝뚝한 남자이기에.) 감정이 잔뜩 느껴진다. 과할 정도지만 싫지 않다. 시집을 다 읽은 저녁, 집에 전화를 했다. 항상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지만 그날은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했다. 약간 놀라신듯했지만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다는 말에 쑥쓰럽게 웃으시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마음을 울렁거린다. 이 마음 잊지 않게 당분간 이 시집은 손이 잘 가는 책장에 꽂아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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