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을 빼앗긴 세계 -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반비 / 2019년 7월
평점 :
디지털 치매라는 말을 예전에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우스개소리로 이러다가 기계에만 의존하게 되고 핸드폰이나 기계가 사라지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는게 아니냐고 이야기했었다. 불과 5년전의 이야기이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책과 미디어가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세상의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겠구나. 개인의 치부는 더이상 절대적인 비밀로 남을 수없게 되는 시대가 오겠다고 생각했었다. 불과 3년전의 생각이었다. 나는 정보와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꽤나 느리고 무지한 인간이다. 그런 사람이 했던 생각들이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에 너무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세계가 무섭게까지 느껴진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옆에 내가 설정하지도 않았음에도 내가 들어갔었던 사이트나 검색했던 정보와 관련된 상품이 광고가 되고 있다. 재작년부터 자주보는 넷플릭스에는 제일 윗칸에 내가 좋아할만한 방송들의 추천이 줄줄이 떠 있다. 즐겨찾기에 들어가있는 모 인터넷쇼핑몰에는 정기적으로 시켜먹는 상품이 알아서 알람으로 켜진다. 마치 나에게 맞춤으로 제공되는 메이드가 있는 듯한 착각속에서 편리함과 익숙함에 스물스물 올라오는 소름끼침과 불안감을 밀어두고 살고 있다. 나도 모르는 새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심지어 큰 기업이므로 한명이 아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 오늘날 인터넷, 네트워크 속의 실제 세상과 같은 , 혹은 더 빠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런 불편한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한다.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은 어떻게 그것이 이렇게 쉽게 용인되었느냐에 대한 해답이었다. 물론 이 책이 해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점과 그 생각의 방향의 한 가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인류는 독재를 막기위해 역사를 통틀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권력의 독재를 막고자 혁명을 일으키고 많은 피를 흘려 민주주의를 이루어 냈다. 경제의 독재를 막고자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법률을 재정하려하고 작은 기업과의 상생을 부르짖으며 혜택을 주었다. 그런데 오늘날 가장 중요한 권력과 경제를 가지는 원천이 되는 정보는 당당하게 독점되고 있다. 너무 쉽게 공개되어 있고 공개되어 지기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 소수 몇개의 큰 새롭게 부상한 대기업들에 독점되어 지고 있는데 아무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보니 어둠속에서 경고를 하는 작은 외침들은 있지만 대중의 인식은 이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책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의 새로운 대기업은 검색엔진과 네트워크의 사회적 활용을 이용하여 당당하게 정보를 독점하며 오히려 이러한 독점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기에 당연하고 더 많이 활용하겠다는 공개적인 다짐을 보여준다. 이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책 앞절만 읽는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째서 이런 사고의 흐름이 생겨났는지에 대한 해답도 조금은 알것 같았다.
실리콘밸리의 탄생배경,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정치와 경제, 미디어(언론)의 밀접한 관련성을 확인하다보면 지금 이 시대가 새로운 독재의 알고리즘에 빠져 있다는 생각에 불편해진다.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는 다행히 희망적인 어조로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사라져가는 것들의 발버둥, 인류에 대한 믿음으로 우리의 생각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노력을 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지금 무엇이 문제이고 정보의 쓰나미속에서 쫒기며 살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선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과 역사가 섞여있고 미국의 여러 상황들이 겹쳐나오기에 빨리 읽혀지는 책은 아니지만 하나씩 곱씹으면서 찬찬히 넘기며 읽고 생각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