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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차의 캘리툰
박솔빛 지음 / 경향BP / 2018년 6월
평점 :
박솔빛 이라는 스물일곱 나이. 인생 참 많이 살았다 싶고 이제 겪을 건 다 겪었다 싶을 이제 갓 사회 초년생 혹은 이를 벗어난 나이. 하지만 지금의 내가 보았을땐 한참 이쁘고 어리고 서툴 수 밖에 없는 그런 풋풋함이 이쁜 나이. 그런 나이의 따뜻한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따뜻하게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비차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딱 그나이의 여자어른 답게, 혹은 답지 않게 작고 사소한 것에 애뜻함을 가지고 서툰 촉감이나 섬세한 감각, 따뜻한 이불 속 온도같은 것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표현하고자 한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그녀의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비차의 캘리툰]이라는 책은 마치 캐릭터 그림과 켈리그래피로 꾸며놓은 다이어리같다. 어릴적부터 혹은 사회를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혹은 따뜻함을 받거나 외면당하는 순간순간 느끼는 많은 마음속 소리를 가득 담고 있다. 너무 많은 감정과 말이 쏟아져서 때로는 정신이 없고 조금 시끄럽지만 공감도 많이 가는 내용들이다. 물론 시끄럽다는건 정말 시끄러운 하이톤이라기 보다는 조곤조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쫑알쫑알 건네는 풋사회인의 모습이라 산만하다는 느낌이지 째지거나 머리하픈 느낌은 아니다. 누구나 한번씩 느껴봤을 만한 소개거리가 많아서 혹은 어떤 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하나 이상은 공감가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그 시간을 이미 지나온 여자라면 꽤 많은 부분에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기억하고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 그녀와 비슷한 나이라면 더 공감갈꺼 같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나로서는 짠하고 그래, 그랬었지.. 에고,, 토닥토닥 괜찮아 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정도로 읽게 되었다. 그녀의 책 머리에서처럼 [토닥토닥, 참 수고했어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여전히 겪고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룬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상살이의 문제점들이 있구나.. 아직도 더 많이 살고 더 많이 겪어야 되는 이야기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얻기도 했다.
내가 화장하는 이유, 행복의 정의, 아빠를 칭찬해보아요, 공들여 화장하고 가는 곳, 프리사이즈가 아니쟌아, 어중간한 재능을 괴로워, 감정의 책임, 이건 너무 잔인해, 나는 충분히 좋은 사람, 바라보는 어떤 시선...-
내가 마음에 들었던 제목들이다.
하나의 제목당 1장에서 길게는 3장까지의 분량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촘촘히 혹은 듬성듬성 그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담담한 어조로 상처받은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풀어가는데 꽤 공감가는 결론이 나올때 순간 아,, 맞어 그렇지 라고 나도모르게 끄덕거리게 된다. 그리고 상처받고 어려워서 어쩔 줄 모르며 움츠리고 초라한 모습의 그녀가 때로는 기특하고 의젓하게, 혹은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되기도 하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였던 것 같다.
내용도 좋지만 무엇보다 귀엽고 따뜻한 그림체와 다정하면서도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켈리그래피의 글씨체가 잘 어우러져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진다. 당장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다가 때론 기운이 없을 때 한번씩 꺼내보고 싶은 달콤한 따뜻한 솜사탕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