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주의 - 따뜻하고 불행한
김이슬 지음 / 책밥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김 이슬이라는 작가의 에세이는 차갑거나 행복하지 않다. 불행하고 가끔은 답답하고 이해가 될듯 혹은 안될듯.. 하지만 문체는 따뜻하다.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마음에 담고 있다. 표현을 하지 못한 경우는 있지만.
상처가 많은 작가의 에세이는 가끔 읽기가 힘이 드는데 이 책이 조금 내게는 그랬던것 같다. 곁에 있는 동생이라면 어깨를 따뜻하게 한번쯤 안아주었을 테고 어느 조용한 술집에서 술한잔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테지만 솔직히 오래토록 가까운 지인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에게 힘든 이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삶이 종종 버거운 작가는 나보다 어린듯 하나 사람의 중요성을 더 많이 겪었고 인생의 무게를 더 크게 짊어지고 살아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 위로 한마디 뿐일 것이고 아마 그 마음이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그러했듯이.
총 4개의 부로 나뉘어졌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저 느낌으로 구분한 것 같은.. 각 부의 제목은 안에 하나의 글로 실려있고 좀 더 신경이 가는 내용이다. 특히 2부의 오늘을 기념합니다의 수건이야기는 참 공감. 뭐 그리 기념할게 많을까라는 질문에 혼자 실소했다. 우린 개개인의 삶이 중요해서 짧은 삶의 순간순간을 기념하고자 한다. 남자친구와의 기념일도 잘 기억하지 않는 나는 내 삶에 무딘 것인지 아님 단지 게으른 것인지.
사람에 대한 글이 많은 에세이. 그녀는 버거운 삶을 무게를 사람으로 버텼고 때로는 그 사람들이 그녀에게 짐이 되었던 것 같다. 마치 이슬이라는 작가를 그림으로 그려낸다면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그런데 정작 자신은 참 작게 그릴 것 같은 사람이다. 특히 엄마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는데 그조차는 다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가슴이 찡한 부분이 가끔 있었다.
1부의 꽃게는 원래 빠르지는 다리가 아픈 엄마가 많이 생각났다. 그리고
마음이 특히 아팠던 부분은 4장. 허기를 채우는 방법. 이건 나도 안다. 사람은 무언가 허전하면 굶거나 과식한다. 나는 과식이라는 나쁜 버릇이 있었고 그 버릇의 순환을 끊기 위해 꽤 노력했지만 아직 간간히 남아있다. 꽤 힘들지만 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고작 내 인생으로 과식까지 하는 것이 사치인가 싶다. 물론 내손가락의 가시가 제일 아픈법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지만 가족으로 경험하게 되는 상실감과 정신적 고통은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다시 깨닫는다.
과녁처럼 서 있기(1부)는 그녀의 발상에 놀라웠고 그만큼 속상했다. 요리조리 잘 피하지 못하는 요령없음에 과녁으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노력에 가슴이 찡하다.
모두가 공감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혹여 힘든 일상과 내 책임없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울때 이 에세이는 위로가 된다. 나도 이리 힘들었다. 그걸 센스있는 표현으로 잘 풀어냈고 또한 따뜻한 시선으로 갈무리 했다. 나에게는 딱 이정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온전함에 가까울 그런 책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