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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평점 :
http://010777000.tistory.com/680
《그렇게 쓰여 있었다》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의 신간이 나왔다(책이 그렇게나 많이 나왔는데, 아직도 낼 게 더 있다니). 이번에도 이봄에서 나왔고, 어른아이 공감단 이벤트를 한다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했다. 마스다 미리니까, 이봄이니까 일단 넣고 보는 것. 사실 지난번에 한 차례 떨어졌던 적이 있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 되었다. 책을 기다리는 동안 이 책은 또 얼마나 예쁠 것인가, 싶었다.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으니까. 실물로 받아든 책은 역시, 제목이나 색감, 양장에 덧박은 글자, 본문의 세로 배치(제목, 주석)까지 다 마음에 들었다. 특히 주석의 표시가 벚꽃인 걸 보고 제일 반했다. 어떻게 책이 이렇게 귀여워, 싶었다.
<그렇게 쓰여 있었다>는 에세이다. 전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에서는 막 사십대에 들어선 낯선 감정들을 그렸다면, 여기선 안정적인 사십대를 맞은 삶을 보여준다. 모두 5부에 걸쳐 진행되는데, 각각은 싱글 친구들과의 일상, 미혼의 딸을 둔 부모님, 여자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상 등의 소소한 이야기다. 이런 것도 책으로 나오나, 싶을 만큼 사소한 것들도 적혀 있는데, 이런 사소한 일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작가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글이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것도 좋고.
책을 읽으면 대개 '나도 이건 해 보고 싶네' 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치만 그게 또 너무 대단하거나 극적인 거라면 나랑은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고 이내 잊고 만다. 그런 면에서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는 다르다. 친근하다. 책이라는 형태로 나왔지만, 내 친구들에게서, 동료에게서, 가족에게서 들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다가 맘에 드는 내용이 나오면 '오, 이건 해 봐야지' 하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양갱과 커피를 같이 먹어보는 것, 궁극의 디저트 편에 나온 구리킨톤, 마롱 글라세를 먹어보는 것, 야나카긴자에서 노을 계단에 앉아 느긋하게 노을을 바라보는 것. 일본에 가면 꼭 해 봐야지 싶다. 하고 나면 내 세계도 조금은 넓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