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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http://010777000.tistory.com/208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마스다 미리
진즉에 나온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한번 돌아선 팬심을 돌리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질적으로 높은 콘텐츠가 아니라 괜히 마스다 미리 이름만 걸고 나오는 최근작들에 질려서 한동안 끊었다가 제목에 혹한 책이다.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생활하는 마스다 미리 본인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에세이다. 원래도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이번 책도 그러리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준 책이었다.
그녀의 느긋한 작가생활도 궁금했고, 충분히 작업도 어떨지 알 수 있었지만, 내 눈을 끈 건 작가보다 사실 편집자와의 에피소드였다. 사실 혹시 있진 않을까 했던 에피소드였는데 역시나 있었던 것! 그것도 아주 많이. 덕분에 편집자가 바라보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바라보는 편집자들에 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책을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소개하는 편집자, 다른 작가를 뒷담화하는 편집자, 작가보다 열의에 불타는 편집자, 작가가 생각하기도 전에 자신의 방향만을 설명하고 말아버리는 편집자 등등이다. 편집자인 나만 작가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작가도 편집자가 많이 이상한가보다 했다.
작가 입장에선 편집자의 태도가 무례하거나, 이상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옹호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소개하는 건 열심히 해도 부족한 건 있기 마련이거나, 자신의 의도대로 책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다. (작가의 의견, 디자이너의 의견, 마케터의 의견 등 사공이 많으니까) 또 뒷담화를 하는 건 혹시나 새로 작업하는 작가가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탓이다. 마감을 또 밀리는 건 아닌지, 원고를 블로그에서 다 긁어오진 않을지, 문장실력이 초딩보다 못할지 걱정이 돼서 그러지 않았으면 하고 미리 경고하는 거다. 자신의 방향만을 설명하는 건 작가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면 처음 기획 의도했던 방향과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어서다. 원하는 방향을 어필해야 작가도 자신의 방향을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다. 편집자를 설득할 만큼 자신이 주장하는 게 자신이 있는 건지 하고. 읽으면서 작가와 편집자의 어쩔 수 없는 간극을 경험하고야 말았다.
그러는 한편, 작가인 마스다 미리 참 좋은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감을 일찍 당겨준다거나 새로운 문장을 획득하기 위해서 내 한 몸 귀찮아도 움직이는 모습이 그랬다. 하나의 문장을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경험을 쌓는 일을 즐기는 그녀가 멋있었다. 실망했던 최근작에 비해 이번 책은 너무 좋아 침대에 누워 뚝딱 읽어냈다. 초기작을 보는 느낌이었다. 절대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방향성을 지켜내는 그녀가 좋다. 나는 다시 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