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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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 길리언 플린

사이코 여성의 한 획을 그은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는 대단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소설도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에 자연스레 안착했다. 이때 '책을 찾아 읽을까'하다가 영화가 만족스러웠는데 소설이 과연 만족을 시켜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 어마어마한 두께에 눌려 '다른 책부터 읽자'라는 마음이 되었다. 이후 <나를 찾아줘> 대신 저자 길리언 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를 읽었고, 그녀의 사실적이고 자극적인 문체에 현혹되어 <나를 찾아줘>를 읽기 시작했다. 단언컨대 이 책은 분명 영화처럼 재밌지만, 영화만큼 혼란스럽다. 

영화에서 사이코 부인(에이미)에게 잘못을 한 남편 닉은 그녀에 의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살인의 피해자는 아내 에이미. 그녀는 모든 닉을 옭아맬 장치(피, 보험금 증액문서, 가짜임신서, 엉망이 된 집.. 등)들을 마련해두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여러 사건이 일어난 뒤, 에이미는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오고, 남편은 에이미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들의 위장된 행복한 결혼생활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에이미, 무슨 생각하고 있어?"라는 대사와 함께.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대단한 캐릭터의 탄생에 엄지를 치켜들었지만, 에이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닉에게 찝찝함을 느꼈다. 대체 왜 이혼하지 않고 같이 사는 걸까 하고 생각이 되는, 속시원하지 않은 결말이었다. '책을 읽으면 여자의 심리를 좀 더 잘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는데 과연 그런가 싶어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에이미의 시점과 닉의 시점으로 번갈아 보여준다. 영화랑 비교하면 상황이나 묘사에 있어서 좀 더 정교한 느낌이 든다. 때로는 너무 지나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각본을 길리언 플린이 직접 맡았다고 하더니 책의 내용을 그대로, 군더더기만 싹 제거한 채로 잘 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랑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영화에 간혹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들, 대사들, 일화들을 보면서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특히 영상이 아닌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욕의 묘미랄까. 그런 게 더 거칠고, 편집증적으로 다가온다. (ex "망할년")

600p가 넘는 긴 글을, 오직 왜 닉은 사이코 에이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결말을 위해 읽는다면 다소 허무한 감이 들게 될지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또 다른 반전을 기다렸으나 그런 건 없었다.

결국 닉이 에이미를 받아들인 이유는 에이미의 협박도 있지만, 자신을 살아 있는 남자다운 남자로 만드는 건 에이미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다. 에이미는 사이코고, 언제 자신을 죽일지 모르는 여자지만,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닉은 그녀가 싫지만, 싫지 않다. 그리고 평범한 여자와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자신이 또 다시 별볼일 없는 그런 남편으로 머물지 모른다는 사실을 느낀다. 닉은 에이미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 인정받는 멋진 남자로 살아가며 에이미와 또 다른 싸움을 하려 한다. 하지만 에이미는 역시 에이미다! 어메이징!


기억에 남는 구절

# 사악하고 사악한 여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그녀가 싫다. 하지만 그년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 "그래, 고, 그렇게 생각해. 에이미는 늘 허튼 소리를 알아챌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 만약 네가 에이미한테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에이미는 그걸 사실로 받아들여. 똑똑하다고 말해주면 에이미는 그걸 아부 같은 게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난 에이미가 내가 잘못을 깨닫기만 한다면 당연히 자기를 다시 사랑할 거라고 진심으로 믿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 왜 안 그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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