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파편
이토 준지 지음, 고현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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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파편》 : 공포의 잔혹함과 아련함

 

온라인 서점을 떠돌아다니다가 그만 이토 준지의 신간을 또 봐버렸다. 한 번 눈에 밟히기 시작하면 곧이건 한참 뒤건 어쨌든 사고 말기에 '아뿔싸' 싶었다. 그러고 나서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실물을 보고선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토 준지니까. 5년 만에 출간되는 거라고 하니 기대가 더 컸다. 이번엔 또 어떤 공포일까, 두근두근 하고 계산을 하고서 다음 날 바로 읽었다.  (번외지만 《마의 파편》과 함께 《결혼식 전날》이라는 신인 호즈미의 작품도 같이 구매했다)

 

 이번 《마의 파편》에 수록된 단편은 '이불, 목조 괴담, 토미오. 붉은 터틀넥, 느린 이별, 해부 중독자, 검은 새, 나나쿠세 마가미, 귓속말하는 여자'로 총 8개다. 이토 준지의 그림체는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데, 이번에도 '어떻게 이렇게 기괴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포의 사물도 일상적인 것들에 기인해서 더 으스스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불, 목조 건축물 같은. (아니면 상황이 일상적임. 점을 보러 갔다가 벌어진다거나, 등산을 갔다가 알 수 없는 것들을 만나게 된다거나) 가장 오싹했던 건 해부 중독자랑 검은 새. 스토커처럼 떨치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악착 같은 존재들이라 무서웠다. (그래도 둘 중에 비교하자면 해부 중독자가 사람에 의한 거라 그런지 더 무서웠음)

 

개인적으로 이토 준지의 공포박물관 시리즈도 가지고 있는데, 그쪽과 비교하면 이번 단편들은 잔혹성에서 조금 약하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느린 이별'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꽤 아련해서 공포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슬펐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항상 아버지가 죽는 꿈을 꾸고 슬퍼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남자의 집에서 반대를 하는 결혼을 한다. 남자의 가족들은 이상하게 그녀를 냉대했는데, 그럴수록 더 열심히 가족들을 위해 살아간다. 한편 그 집엔 비밀이 있는데, 그 일가에서 간절히 염원하면 죽은 사람이 잔상으로서 곁에서 살 수 있는 것. 처음엔 놀랐지만 그녀도 가족의 일원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데 어느 날 남편이 어떤 여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한다. 상처받은 그녀가 남자에게 얘기를 하자 남자는 숨겨진 진실을 말해준다. 사실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 남자의 부탁으로 남자와 그녀의 가족들이 염원해 불러낸 잔상이라는 것.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꿈속에서 항상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했는데 자신을 먼저 보내고 쓸쓸하게 남았을 아버지를 찾아가 남은 시간 동안 잔상으로 느리게 이별을 하고자 한다는 이야기다. (만화로 보면 좀 슬픈데, 이렇게 구구절절 쓰니 감이 안 오는 것 같은)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이토 준지'라는 이름만으로 믿고 구매해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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