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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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야매출판인이 밝히는 출판계의 속사정

 

신간이 나왔다. 저자가 출판사 북스피어의 대표, 자칭 마포 김사장 김홍민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버렸다. 어떤 얘기를 하든 관심이 없었다. 이 사람이라면 출판계의 이야기를 훨씬 재밌게 설명하리란 믿음이 있었다. 기다렸던 책이 내 손에 들어왔고, 틈이 날 때마다 읽기 시작했다. 출판 마케팅 수업을 들으러 가던 버스 안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 조금 일찍 출근한 회사 사무실에서.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였다. 재미도 재미지만, 정보도 많았다. 그렇다고 글이 딱딱했느냐 하면 전혀. 출판계에서 보여줬던 행보처럼 글도 맛깔스러웠다. 이 책은 김홍민 대표가 출판계에 몸 담으면서 바라본 혹은 경험한 일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거나, 강의를 했던 것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북스피어에서 행했던 마케팅 방법, 2장은 독자들은 모르는 업자의 고민, 3장은 저자의 취향인 장르문학에 관한 고찰, 4장은 출판계에 대한 쓴소리다. 

1장에서 다룬 마케팅 방법은 가히 특이하다. 독자와 '그거보다 재밌다'라는 카피와 함께 섹시한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고, 신뢰를 쌓은 독자들에게 독자 펀드를 받기도 하고, 출판사끼리 경쟁 말고 같이 이벤트를 진행해서 윈윈한다든가, '르 지라시'라는 북스피어만의 재미가 담긴 소식지를 발간하고, 심지어 만우절 이벤트로 독자들을 속이는 일까지 서슴없이 했다. 그리하여 소규모 출판사임에도 망하지 않고(?) 근근히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2장은 독자들은 모르는 고민인데, 나도 일하면서 겪어봤던 일들이라 공감이 되었다. 가령 제목 짓기의 어려움, 마감 잔혹사, 한글 맞춤법 같은. 3장은 장르문학에 대한 이야긴데, 관심있어 하는 분들은 흥미로워했을 거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책 정도만 읽는 독자라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자의 취향이다 보니 북스피어에서 이미 나온 책과 그 작가들의 이야기가 많은 건 아쉬웠다. 4장을 읽고서는 어땠냐 하면 약간 창피했다. 선인세 경쟁과 사재기 이야기 탓이다. 사재기는 이미 다들 잘 알고 있을 테고, 선인세 경쟁을 보면 일본은 과도한 외국 저자의 선인세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 한계를 두고 인세를 지급한다는 게 업계 관행이라는데 우리는 출판사마다 경쟁하듯 퍼주기를 한단다. 씁쓸하다. 


사실 이 책엔 작년 한겨레 출판문화센터에서 1인 창업과 관련하여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내용이 '거의'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이야기라 감흥이 없었을 법도 한데, 그렇다기보단 예전에 프린트 쪼가리로 나눠 받아 어디에 뒀는지 몰랐던 정보들을 책 한 권으로 묶어서 두고두고 볼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다. 그리고 출판계에 종사하는 나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더라도 일반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출판계에 대한 사정을 조금은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됐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모토로 북스피어를 운영한다는 저자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자세로 그만의 방식으로 책을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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