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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평점 :
http://blog.naver.com/yyn0521/220321599958
세련된 에세이들을 많이 출간해온 출판사 '달'에서 나온 신간 《가구 만드는 남자》. 마스다 미리 공감단으로 리뷰어 활동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혜택으로 신간 선물을 해준다기에 배우 이천희가 지은 이 책을 골랐다. 독립하고 혼자 살다보니 인테리어 같은 것에도 관심이 있었고, 이천희가 하고 있는 사업인 하이브로우도 알고 있던 터여서 그 뒷 이야기를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 탓인지, 가구 만드는 내용만 있겠거니 라고 생각했었는데, 인간 이천희의 삶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집약되어 있었다. 하이브로우라는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어떻게 가구를 다뤘는지, 또 가구 이외에도 특별한 취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패션, 라이프 등 자신의 스타일은 어떻게 완성됐는지, 배우이자 목수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고 한 아이의 아빠인 이천희가 지향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등등.
나는 언제나 직접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가구를 직접 만들다니 대단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구는 투박해보이고, 나무는 또 왜 이렇게 종류는 많으며,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그런데 자꾸 꾸준한 관심과 약간의 손재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가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애기를 들으니 '나도 한번?'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도 솔깃하고.
사실 책을 읽는 동안 예능 프로그램 속 허당 이천희만을 생각하다가 인간 이천희의 글을 읽고 많이 놀랐다. 우유부단해서 남들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은근히, 아니 대놓고 마이웨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서 그 시선에, 그 말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 생각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밀고 나간다. 그러는 한편, 적절히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삶의 자세도 갖춘 사람이었다. 때로는 아이를 위해 가구를 만들어준다거나,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혼자서 출사를 즐기거나, 캠핑, 여행을 통해 재충전을 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멋있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브라운관에서 이천희를 볼 기회가 생기면 색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얘기지만 책을 받자마자 '잘 만들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무를 떠올리는 표지, 투박한 목수의 손이 담긴 사진, 목차의 폰트, 책의 판형, 감성이 느껴지는 사진들.. 글을 읽기 위해 만든 모든 디자인들이 읽는 맛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