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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ㅣ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http://blog.naver.com/yyn0521/22018361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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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태호는 <이끼>의 성공 이후 다음 작에 고심했고, 그 뒤에 나온 게 바로 <미생>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미생>이란 작품이 있다는 것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천한 책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을 가도 항상 대출중이라 읽는 걸 포기해버렸다. 그러다 tvN에서 드라마를 방영했고,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겪는 애환을 현실적으로 옮겨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나 역시 1화를 본 순간 급관심이 올라가면서 꼭 읽어보고 싶어졌고, 도서정가제도 마침 시행이라 할인을 하고 있기에 질러버렸다!(리미티드 에디션 양장본도 팔고 있었지만 두께가 두꺼워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 힘들 것 같아 패스)
만화라서 금방 읽겠다 싶었는데 1권에 텍스트의 양도 꽤 많고, 단순히 웃고 넘어가는 내용이 아니라 나는 일할 때 어떤 모습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다보면 한 권을 읽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다.
주내용은 바둑 프로에 입단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가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무역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계약직으로 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회사에서 일하는 내용이라면 우리들이 사회에서 일하는 것과 같을 텐데 흥미로울 부분이 있겠는가 싶은데 막상 읽어보면 단 한 권도 놓치기 아쉽다. 특히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를 뜻하는 <미생>에서 고졸, 무스펙자인 장그래가 첫 사회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아픔들은 우리가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초라함, 무지함, 미숙함 등과 같아 공감대를 형성한다.('기획'관련 내용을 담았던 편이 나는 제일 좋았다)
<미생>은 장그래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돌아가지만 초점은 신인사원 하나에게만 맞춰져 있지 않다. 영업 3팀을 이끄는 오 과장, 승진라인을 타지 않고 우직하게 일을 하는 오 과장을 돕는 배려심 많은 김 대리, 타 부서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영업 3팀에 와서 오랜만에 제대로된 술을 마주한 천 과장 등 캐릭터 하나하나가 허투루 보기 아깝다. 신입사원 동기들이었던 안영이, 한석율, 장백기도 그렇다. 이런 인물들이 회사 건물 하나하나에 꼭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인데 특히 나는 사람 냄새가 나는 만화라서 좋았다. 피로에 지치고, 때로는 원치 않게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못난 아빠가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소신대로 올곧게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그러다 또 다같이 아픔을 술잔에 달래기도 하고, 서운해하다 가도 어느샌가 또 내 사람이 되고. 힘들지만 이래서 일을 한다라는 느낌이 곳곳에 있다.
완결이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든다. 항상 타 부서와 달리 자신만의 노선을 따라가던 오 과장이 자신의 좋아하는 그 일을 하기 위해서 가는 것도 좋고, 여전히 무스펙자인 장그래가 사회에서 겪는 장벽이 아직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말이라서(원 인터내셔널에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