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yyn0521/220104470684

 

몇 년 전에도 읽었던 책이었다. 한 100페이지쯤까지 읽었다가 미처 다 읽지 못하고 덮었던 기억이 있다. 재미가 없어서도, 공감을 하지 못해서도 아닌데. 그쯤 읽으니 사랑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달까. 언제나 이 책을 보고 지나칠 때면 '이 책 괜찮았지'하는 생각은 들었는데, 오히려 그 느낌이 좋아서 쉽사리 손에 들질 못했다. 괜히 좋았던 기억마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그러다가 우연히 들른 중고서점에서 이 책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어렴풋이 아닌 제대로 이 책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읽었다.
 
결국 원하던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확실히 알았다라고 할 순 없지만, '사랑'이란 주제를 놓고 이렇게 제대로 접근하는 소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냉철하다 싶다. 신기하게도 몇 년만에 읽은 이 책은 예전과 같은 이야기를 읽었는데도 그때와 공감하는 부분은 달랐다. 페이지도 기억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는데, 다시 그 페이지를 들추어냈을 때 내가 기대했던 그 느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몇 년 전과는 다르게 더 많이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기분. 모르는 새에 조금은 어른이 되었나 싶게.
이야기는 상대방에게 반하고, 뜨거운 연애를 하고, 권태기를 겪고, 이별을 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뻔하디 뻔한 구조인데, 아주 자세한 상황 묘사들에 '그렇지'하고 묘하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를 테면, 남들은 장점으로 치지 않을 것들도 사랑에 빠진 이의 눈에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클로이의 벌어진 치아 틈새에 주인공이 매력을 느꼈던 것. 또, 같이 밤을 함께하고 난 다음의 비뚤어진 태도, 오늘은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인지 둘만이 아는 농담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 등.
마음에 드는, 와닿는 구절들만 적어두었는데 너무 많아져버렸다. 가히 명언 모음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건 다른 이야긴데 마지막에 결국 시간이 지나 클로이를 잊고, 새로운 상대를 만날 때는 나도 모르게 영화 <500일의 썸머>가 생각났다. 결국 어떻게든 아픔은 극복이 된다는 점 때문인가. 어쨌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대로 공감소설이 되어줘서 고마웠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p.23
정말 무서운 것은 나 자신을 용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하면서-어쩌면 그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끝도 없이 이상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p.33
욕망 때문에 나는 실마리들을 악착같이 쫓는 사냥꾼이 되었다.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낭만적 편집증 환자가 되었다.
p.143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p.196
그녀의 짝이 자신의 목에 입을 맞추는 방식, 책장을 넘기는 방식, 농담을 하는 방식에 유혹당했던 여자는 바로 이 점들 때문에 짜증을 낸다.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붕괴의 요소들은 그 창조의 요소들 안에서 이미 괴괴하게 전조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p.255
외적 세계는 나의 내적인 기분을 따라와주지 않았다. 나의 사랑 이야기의 배경이 되어주었던 건물들, 사랑 이야기에서 끌어낸 감정들로 활기를 불어넣었던 건물들은 나의 내적인 상태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것을 반영하기 위하여 겉모습을 바꾸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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