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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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yyn0521/220031594701

 

지난 번에는 손선영의 <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라는 추리소설을 읽었는데, 이번엔 송시우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을 읽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까지는 일본 미스터리를 더 좋아해서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재미있을까 싶긴 했다. (표지는 완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했는데!)
 
이 책은 잘나가는 대중문화평론가이자 강사인 현수빈이 유년기행이라는 이름으로, 1984년 자신이 어렸을 적 살던 라일락 하우스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칼럼을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라일락 하우스는 다가구 주택으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던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던 곳인데, 그 칼럼을 하나씩 써내는 동안 퇴직한 경찰의 연락을 받게 된다. 단순히 연탄 중독 사고로 사망한 줄 알았던 옆방 오빠의 죽음이 타살이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점점 한 지붕 아래 행복하게 기억되어 왔던 라일락 하우스의 어두웠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읽으면서 이 책의 매력은 아무래도 배경인 1984년이 아닐까 싶다. 그 당시는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지만, 칼럼 속에 등장하는 고무다라이, 고양이 장난감 만드는 부업, 병을 모아 과자로 바꿔먹는 것, 까만 연탄 등은 지극히 한국스러운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미스터리였다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한국형 미스터리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안는다. 그리고 단순히 그 옛날의 것들을 끄집어 내 향수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상처까지 보여준다. 
 
1980년대는 지금으로 치면 1가구만 살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14명이라는 사람이 부대끼며 살고, 조금이라도 나은 살림살이를 해보겠다며 곗돈을 겨우 모으고, 목숨을 걸면서 난방을 한다 싶을 정도로 연탄 가스 중독사는 비일비재했고, 법조계의 사람이라면 벌벌 떨었고, 아동범죄를 목격했음에도 나서서 대처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주인공이 천천히 과거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이 숨긴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이기심들이 하나씩 드러날 때 놀라움과 안타까움은 두루 말할 수 없다. 작가 송시우는 데뷔작이 <일본 미스터리 매거진>에 실렸다고도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랬을지 알 것 같았다. 일본 소설에서 볼 수 있던 적절한 긴장감과 사회 비판이 이 글에서 느껴지기 때문. 이 책은 1980년대의 향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다. 훌륭한 한국형 미스터리의 탄생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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