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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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yyn0521/220017748990

 

<대성당>은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그의 여러 단편들을 두루 묶은 단편집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그에 대해 알지 못했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책의 뒤표지에는 '레이먼드 카버'를 두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으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고 밝히고 있었다. 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을 할까 싶었다.

 

일단 읽어보면 알 수 있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은 <깃털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이라 여기에서 실망을 하면 앞으로 책을 읽기 힘들어지겠다 싶었는데, 대단히 흡인력이 있었다. 내용은 단순히 직장 동료의 집에 초대를 받은 한 부부가 그 집과, 가족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동시대의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조금 지루할 지도 모르고, 시대에 뒤떨어질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런 걸 느낄 수 없었다. 처음을 기분 좋게 스타트를 시작하자, 뒤를 이어 나오는 단편들도 슥슥 읽어 넘어갈 수 있었다. <셰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까지.

 

이 여러 단편들에서는 사람들간에 듣고 말함의 소통(<비타민>, <신경써서>), 인간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열>)들도 있었다.10대에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레이먼드 카버의 인생은 그의 소설에 바탕이 된다. 알코올중독자이기도 했던 그였기에 소설 대부분엔 술이 등장하고, 실제 아이가 생겨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던 탓에 아이가 없는 상태를 낙원이라고 보는 의식이 작품 면면에서 보여진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열>. 특히 결말 부분의 주인공의 깨달음의 좋다.

 

레이먼드 카버를 두고 리얼리즘의 대표라고 하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그의 작품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동안 아주 작은 것들까지 묘사가 자세해서 읽는 동안 눈을 감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 눈앞에 하나하나 펼쳐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을 맺고 난 후에도 그림처럼 각인이 되어 오래도록 남는다.

 

이 책은 레이먼드 카버의 필력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더해주는 건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a small good thing을 두고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으로 제목을 치환해주고,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소설가의 문학적 촉으로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평소 세계문학이라 하면 '어렵고, 지루한'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 덕인지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단편 뒤에 나오는 그의 해설도 이미 재밌게 읽은 글을 더 깊게 이해하게도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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