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yyn0521/205512361

 

 

몇 년 전에 우연히 내 방 책장에 꽂힌 이후로, '언젠가 읽겠지'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몇 번쯤 꺼내서 조금씩 읽어보긴 했었는데 이번에 다른 어떤 책보다 갑자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미뤘던 게 무색할 만큼 빠르게 읽어나갔다. 이미 이전에 이시다 이라가 썼던 다른 책들을 읽어봐서 작가에 대한 믿음은 있는 상태로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뭐랄까. 내가 그에게서 느낀 건 있어보이는 듯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 일부러 딱히 진지함을 유지하려고도 안하고, 곳곳에 왠지 모를 쿨함과 위트가 느껴지는 기분.

 

슬로 굿바이는 이시다 이라의 첫 단편집인 동시에 연애작품집이다. 그런데 다른 단편집들 치고 많은 수인 10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울지 않아, 15분, You look good to me, 거짓 애인, 진주 컵, 꿈의 파수꾼, 낭만 Holiday, Heartless, 선線의 빛, 슬로 굿바이) 친절함이 느껴지는 작가 후기도 같이.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받은 인상은  '밝다'라는 것. 분명 이야기의 전개로 보아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해도 될 것들도 은근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별의 과정 중에 있어도, 만나면서 갈등이 생겨도, 이별을 했어도 슬프지 않다. 그 추억을 곱씹으면서 미소지을 수 있는 마무리를 한다거나, 그동안의 갈등이 괜한 거였다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걸 꼽자면 꿈의 파수꾼. 시나리오 작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 그와 달리 자신의 꿈보다 그녀가 중요했던 남자. 꿈을 향한 그녀의 재능이 조금씩 빛날 때 남자의 심리가 좋다. 축하를 해주고 싶지만 사랑하는 그녀가 훨훨 날아가버릴까 막연히 축하해줄 수 없는 뒤틀린 마음. 소설 주인공만이 느끼는 특수한 감정이 아니라 보편적인 커플들이라면 누구나가 느껴볼 만한 것들이라는 생각에 끄덕이면서 볼 수 있다. 

꿈의 파수꾼은 읽을 때 더 좋았던 작품이었다면, 슬로 굿바이는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 여운이 남아서 더 좋은 작품이다. 2년 동안 만났던 남녀의 마지막 이별 데이트.  같이 소바를 먹고, 길을 걷고, 펌프스를 구경하고-. 마지막 이별 의식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진행된다. 그런 처절하지 않고, 질척대지 않는 그저 담담한 두 사람의 모습이 오히려 진하다.

 

 

덧) 이 책이 나에게 오기 전에 이 책을 골랐을 때, 사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슬로 굿바이'가 아닌 '솔로 굿바이'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중에 책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당황하긴 했었는데, 연애집이라서 사랑도, 이별도 전부 들어가 있으니 내가 원하던 류의 이야기였음은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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