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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yyn0521/204437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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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을 펴낸 21세기북스에서 이 책의 리뷰를 요청받았다. 아무래도 지난 번에 이 책의 저자인 '말콤 그래드웰'의 전작, '아웃라이어'의 리뷰를 썼기 때문인 것 같았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키워드를 이끌어낸 '아웃라이어'에 대한 느낌이 흥미로웠고, '피터 드러커'를 잇는 경영사상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라는 점이 끌려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호기롭게 리뷰요청을 받아들였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을 읽는 데는 꽤 오래 걸렸다.ㅠㅠ 참고문헌이 수록된 몇 페이지를 제외하고 나면 400p가 안 되는 분량으로 그렇게 두꺼운 것도 아닌데. 나의 게으름도 한몫했겠지만, 그의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이 좀 많이 어려웠다.
쉽게 읽히는 글이 아니고, 표지도 제목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해줄 만한 부분은, 강자와 약자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선에 대한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대한 사례들. 저자가 이 많은 사례를 위해서 인터뷰이들을 따라다니며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총 3부 9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약점의 유리함, 강점의 불리함을, 2부에서는 바람직한 역경에 대한 이론, 3부에서는 힘의 한계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부의 3장 '아웃사이더의 자아 관념'의 상대적 박탈감과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 이야기. 우리는 흔히 좋은 대학교에 가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이야기의 즉슨, 자신의 능력보다 좋은 학교에 가면 다른 학생들과의 성적과 같은 비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어 오히려 자신의 전공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것.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도 그와 관련된 맥락.
이 이야기가 특히 내게 와닿았던 건, 내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 많이 생각했던 것과 겹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실력보다 더 좋은 학교를 갔고,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이든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눅이 참 많이 들었더랬다. 다들 영어를 잘했고, 제2외국어도 관심이 많았고, 모험심은 어찌나 많은지 혼자서도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공모전, 동아리 같은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고, 성적들도 너무 좋았다. 같은 동기라도 주눅이 드는데, 후배들일수록 점점 더 잘하면 잘했지 못하진 않았다. '아, 나는 내 수준보다 너무 높은 학교에 왔나보다'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그때는 그게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우리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 갔으면 좀 더 아둥바둥 안하고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게 바로 상대적 박탈감&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와 관련 있던 얘기. 하지만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큰 연못에 작은 물고기는 아니었던 것. 전공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위권에 머물지는 않았으니까.
사실 '다윗과 골리앗'은 리뷰요청을 받지 않았다면, 끝까지 읽어보지 않았을 책이었던 것 같다. 일도 바쁜데, 정신까지 힘들게 하는 책은 조금 지양하고 싶으니까, 그런데 읽고 나니 꽤 뿌듯하고,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꽉꽉 들어찬 것 같은 기분이다. 강자와 약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고,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