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행성의 비밀 - 닭으로 보는 오늘의 지구 ㅣ 발견의 첫걸음 13
남종영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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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년 뒤의 지구. 인류의 멸종 후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들은 지구 전역에서 인간의 뼈보다 많은 수상한 새 뼈를 발견한다.
<치킨 행성의 비밀>은 닭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는지, 인류는 어떠한 방식으로 닭을 착취하며 그들과 동고동락했는지 알려준다. 학자 중에 제일 좋아하는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한 작품이라 더 기대가 됐다.



39쪽
닭은 항상 우리 옆에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요. 마치 투명 인간처럼 말이죠. 닭에 기대어 살지만, 우리는 그들을 몰라요.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고향이 어디인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위험을 불러올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40쪽
닭은 죽고 나서도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았죠. 닭 뼈는 바느질하는 데 쓰였고,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도 쓸모가 있었습니다. 닭 뼈를 이용해 점을 치기도 했죠.

41쪽
‘닭을 가축화한 최초의 목적은 닭싸움’이라고 보는 학자도 많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치킨은 언제부터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됐는가. 그 뿌리를 찾아가 보면 90년대 말 국민을 절망에 빠뜨린 IMF가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차릴 수 있는 치킨집을 선택했다. 번화한 곳이 아니어도 배달로 먹고살 수 있어 임대 부담도 적고, 그에 발맞춰 우리 골목 곳곳에 프랜차이즈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15쪽
한국 사람은 평균적으로 1년에 닭 26마리를 먹어요. 2023년 국내에서 도축된 닭 10억 1137만 마리와 해외에서 수입한 닭고기를 합쳐서 계산한 결과죠. 뼈를 제외한 순 닭고기로 계산해 보면, 한 명당 15.7킬로그램을 먹은 건데요, 상당히 많은 양이죠?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에 대해 깊이 통감하는 부분이 있어 한때 식단 구성을 테스코식으로 하기도 했다. 학원에서 전업 과외로 전향하며 다시 육류와 가금류를 먹기 시작했는데 기후 변화와 더불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찍어내는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점은 꼭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며 설명해 준다. 인류세의 당위성과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길러내는 것이 환경적으로 얼마나 비효율적인 방식인지 알려주지만 먹거리에 대한 선택은 아이들 몫이라 생각해 내 의견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먹는 음식에 얼마나 많은 생명의 무게가 실려있는지는 아이들도 알 필요가 있다.



94쪽
항생제는 소보다 닭과 돼지에 많이 쓰입니다. 그럴 수밖에요. 닭과 돼지가 소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만큼 질병 발생과 폐사율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를 더 쓰는 거죠…(중략)…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배합 사료에 항생제를 섞어 파는 걸 금지했어요. 우리나라도 2011년에 금지했고요. 하지만 병에 걸리지 말라고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는 경우가 여전한 실정이에요.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약에 항생제가 들어갔는지 아닌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비자들은 우리가 먹는 고기에 얼마나 많은 항생제가 투여되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먹이 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는 오늘도 꾸준히 항생제를 섭취하고 있다.
고기 없이 못 산다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동물권이나 기후 변화처럼 피부에 와닿지 않는 예시보다는 항생제의 내성 문제를 언급하는 게 더 유효했다.



141쪽
이게 다 공장식 축산 때문이라고요? 맞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미 많은 양의 닭고기와 계란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을 하루아침에 폐지할 수는 없어요. 다만 각자의 환경에서 닭에게 좋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심해야 합니다. 동물 복지란을 구매하고 닭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야구장에서만큼은 치킨을 먹지 않아야겠어요.



페스코에서 일반식, 비주류에서 주류로 돌아왔을 때 당연하게도 주변의 반응은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고기 없이 못 살겠지?’였다. 하지만 페스코식을 했을 때도 나는 모임과 건강 상태에 따라 고기를 선별해 먹기도 했다. 비건의 모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즐겁게’다. 이러한 모토가 무색하게도 ‘동물이 불쌍하면 식물은 안 불쌍하냐?’라며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조롱을 받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알고 있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모여 세상은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 아닌 다른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서평 작성을 위해 창비에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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