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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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이기호야?

그를 알게 된 건(작품으로) 대학 시절 제2전공으로 국문과 수업을 병행하면서부터였다. 내가 상상한 국문과 수업은, 그러니깐 그것은 명료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모호한 것이지만 현실 연애가 그러하듯 상상으로만 만족했어야 하는 도전이었다.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있는 후진 기어는 생산 과정에서 거세되었다. 후진 기어만 있었어도 샛길로 돌아가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 텐데.



순위를 알면서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경주마처럼 자진해서 끌려간 국문과 수업에서 어느 때처럼 참교육을 당하고 있었다.

국문과는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책깨나 읽는 학생들이 즐비한 곳인데 이기호, 그러니까 비숑 프리제로 500페이지 소설을 쓰는 이 남자는. 그때 당시 <최순덕 성령 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로 국문학도 사이에선 이미 전설이었다.


물론 서자 출신인 내가 장안의 화제를 알 턱이 있나.
서자 티 내기 싫어 마지못해 읽은 책은 정확하게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에게 이기호의 글은 그저 신분을 감추고 싶어 산 공명첩 같은 거였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문학동네 서평단 도서가 오기 전까지 난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책 소개 글을 읽고, 강아지를 소재로 한 신파 소설 정도로 생각했던 내게 작가 소개 글은 잊고 있던 서자 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또? 또 이기호야?

보나 마나 내 취향이 아닐 이 도서.
적자들의 전유물인 벽돌 도서로 그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지.

툭 하고 떨어진 비숑 프리제 사진 한 장이 아니었다면 이 서평은 여기까지 작성되지도 않았을 거다.



일단 앞부분만 읽어 보자.
예.의. 상.
나무야 미안해, 지구야 미안 해이면.... 또기호 책 다시는 안 읽는다.


한 장, 한 장.
그때보다 내가 성장한 건지.
그때와 내가 다른 인간이 된건지.
그의 책이 내 취향이든 아니든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됐다. 그는 내게 ‘비숑 프리제로도 500페이지 소설을 쓸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 됐으니까.



인간과 가깝고 친숙하지만 그만큼 자유가 없었던 동물. 인간의 역사에 따라 이용되고 착취된 비숑 프리제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과감히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까지 도달했다.


“너를 위해 떠날 거야.”


표면적으로 이 책은 내 강아지를 위하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한 견주의 고뇌에 대한 글이지만,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같은 뜨거운 러.브.를 해본적 있는 사람이라면 옛 기억을 소환할 만한 소설이기도 하다.

헤어지는데는 결심이 필요하니까.
지키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명랑한 너를 위해 오늘도 용기를 내본다. 시봉.





*서평 작성을 위해 문학동네에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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