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보리색의 심플한 표지에 누가 보더라도 많이 지쳐 있는 듯한 코끼리 한 마리가 의자 아래에 ‘털썩‘ 주저앉아 있다. 책의 사이즈가 조금 작은 편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인용한 부분도 많고 글밥도 꽤 많은 편이다. 중간중간 한 컷 만화들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의 그림들이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이 그림을 통해 저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지‘ 생각하며 읽는 것도 꽤나 즐거웠다. 놀랍게도(!) 저자는 책을 읽다가 너무 길다고 느껴지면 그냥 그림만 보고 넘어가라고까지 한다.
현대 사회는 과부하를 권장한다. 바쁘지 않으면 왠지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만 같고,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야근을 나만 하지 않으면 어쩐지 월급 루팡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에 대한 보상이라도 잘 나온다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하는 과부하는 ‘심신의 안녕‘에 해롭기만 하다. 저자는 과부하로 인해 많이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를 하기를 조언한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적 외상치유 분야의 전 세계적 권위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과부하‘라는 것이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 왜 내가 지치는 것인지,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이 상담한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이 저자의 TED 강연은 교정시설에서도 상영될 정도라니 꼭 찾아서 들어봐야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 모습을 되돌아보았더니 나 역시 꽤나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대학원 공부, 시험 준비, 수업 준비, 집안일, 육아... 가뜩이나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세 가족이 집콕 중이다보니 평소보다 집안일이 늘어난데다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에는 내 공부는 전혀 손댈 수가 없는 상황. 몸은 하나 뿐인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만 방전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저자의 조언에 따라 내가 당장에 할 수 없는 일들은 ‘지금은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과감히 내려놓고, 내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의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기로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마주친다. 내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나를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과부하가 되고 나를 지치게 만든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꼭 이 책을 만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