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초스피드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느리고, 애틋함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우리에게 우편물이 귀찮은 쓰레기가 된건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 옛날 내게 온 우편물이나 편지 하나 하나가 소중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친구에게 받은 편지가 그리워지며, 친구에게 한줄이라도 편지를 보내고 싶어 지게 만들는 사랑스러운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였다.

 

어릴적 [키다리 아저씨]의 편지글 형식 소설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소녀적 감각(감상)으로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로맨스(?) 였지만, 편지글이란 지루함에 허우적거린 이후 편지글 형식 소설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어었다. 그래서, 솔직히 이책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받고 무척 당황스럽고 걱정이 앞섰다. 분량도 상당히 많은 편(P490)이라 중도에 포기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두려움을 가중 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내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다 읽은 뒤의 이 감탄과 감동이란.... 사랑스러움 그 이상이다.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건지섬의 주민들과 작가인 줄리엣의 편지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전쟁의 상처를 사랑으로 승화 시킨듯 예쁘고, 따뜻함을 지니고 있었다. 건지섬의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란 문학회는 통금시간을 어긴 -돼지바베큐 때문에- 주민 중 엘리자베스가 독일군에게 거짓말로 둘러 됨으로써 시작되게 된다. 이 문학회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이 줄리엣에게 편지로 전해지게 되고, 급기야 줄리엣은 건지섬으로 향한다. 엘리자베스와 관련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나 역시 건지섬의 아픔에 동화되어 가고 그녀의 용감함에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전장의 진정한 영웅이라 생각되었다. 아름다운 건지섬이 전쟁으로 황폐해져 갔고 사람들도 메말라갔지만, 주민들은 문학회 모임으로 힘을 얻고, 활기를 찾고, 소통하고 있었다. 전쟁속 대치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피어나고, 우정은 더욱 단단해졌다. 전쟁도 막지 못한 사랑과 우정이 가슴 따뜻하게 전해졌다.

 

<감자껍질파이 클럽> 문학회 일원들이 전하는 문학적 견해와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문학의 눈을 넓히는 계기가 될듯하다.

[지금 내가 할 일은 키트를 불러서 저녁을 함께 먹고 오늘밤은 여기서 함께 지내는 것이다. 그래야 줄리엣과 도시가 '숲 속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겠지 - 미스터 다시와 엘리자베스 베넷처럼 말이다.] 이 구절만 보더라도 <오만과 편견>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편지형식의 1인칭 시점이 주는 주관적관점이 안겨주는 스릴이 있었다. 굳이 감추지 않아도 알수 없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른 편지가 기다려지고, 편지에서 사랑을 찾고, 우정을 만나고, 배려를 느낄수 있었던 좋은 글이였다. 전쟁의 아픔을 이렇듯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그려내다니 놀랍다는 말 그 이상이 필요할까. 절대 후회없는 책이 될것이다.

건지섬의 은빛바위들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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