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삶에게 나이의 힘 8
소노 아야코.알폰스 데켄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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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에게~

이 제목만으로 나의 마음은 흔들렸다

 

이 책은 소노 아야코라는 일본의 작가와 알폰스 데켄이란 일본에 살고 있는 독일인 신부 사이에 오고 간 각각 10편의 편지들로 이뤄진 일종의 서간문이다

최근 들어 일본 작품들을 자주 접하고 있는 편이지만 작가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하지만 책의 뒤편에 있는 작가의 저작들을 보니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재목들이 몇 권인가 눈에 띄었다

어쩌면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전에 작가의 책을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인 소노 아야코씨와 함께 이 책을 만드신 알폰스 테켄 신부님은 일본에서 최초로 "데스 에듀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있는 이 신부님은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죽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편지의 시작은 소노 아야코씨의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병으로 누워있으신지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에 자실 시도도 2번이나 하셨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자살을 시도한 그녀의 어머니와는 함께 살 수 없다고 화를 많이 냈다고 한다

 

평소에 나는 자살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티브이 뉴스에 나오는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오죽하면 하는 동조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삶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권리라면 죽음(자살) 또한 인간답게 사는 또 하나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 나오는 자살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한 연인이 있었고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결혼식 전날 신랑의 형이 자살을 함으로써 그 커플이 헤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자살을 한 그 형은 동생에게도 그 연인에게도 죄를 지은 것이라는 것이다

물른 자신의 죽음 후에 그 연인이 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100% 형의 죽음 때문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 책에는 많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가톨릭 신부님과 가톨릭 신자의 작가가 나누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조금은 종교적 색채를 많이 띄어서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신자가 아니기에 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좀 거북스러웠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도 신부님도 가톨릭이라는 한정된 틀이 아닌 인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놓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노 아야코씨의 어머니의 장례식 풍경이다

이 책 가운데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나도 그녀의 어머니처럼 배웅을 받는다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조금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나도 그녀의 사촌 오빠의 의견에 이론적으로 동의한다

 

p193을 보면 참 인상적인 말이 나온다

작가의 지인 중에 한 명이 한 말이다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이 좋아요 결혼식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장례식은 다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도 경사잖아요"

멋진 말이다~~

 

이 책의 원제는 [여행길을 떠나는 아침에] 라고 한다

원제를 알고 보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원제가 더 나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득 고교시절 친구를 따라가봤던 성당이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혼자 성당에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늘 멀게만 있다고 꺼림칙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 주변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받아들임에 담담할 수 있다면 삶이 휠씬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휠씬 많은 것은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하게 해주었던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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