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생각한다 이탈리아 - 시간이 빚어낸 가치
민혜련 지음, 김세윤 사진 / 멘토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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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라는 단어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이다

"스트라디바디", "아마디" "과르말디"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 명품들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름난 음악가들이 이 악기들을 연주하고 있으며 크레모나라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이 악기 장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라고 한다

과르말디의 제자가 스트라디바디와 아마디였다고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악기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는 어떻게 생각해보면 장인의 나라이다

지난번에 읽었던 책 "세대 전쟁" 이 장인들이 자신들의 자손이나 인맥으로 후계자를 골라서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직종이라고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실업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이들 장인과 혈연과 인맥이 있는 이들은 안정된 직업을 보장받는 셈이다

 

책은 예상보다 너무 재밌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그리고 활동하고 있는 장인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재밌다

지난번에 친구를 만났는데 "프라다"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백 단위가 넘는 가격의 가방 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명품을 좋아한다거나 추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남이 드는 것까지는 나쁘게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가 평소 내 생각이다

 

이 책에서 프라다의 역사 이야기는 재밌었다

창시자의 손녀인 지금의 프라다 사장이 새로운 소재로 가방을 만들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와 이탈리아가 낳은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와 구찌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아르마니의 회장에 아침 조깅 중에 저격을 당해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는 읽었지만 구찌 집안의 몰락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건국보다 수성이 어렵다" 중국의 역사 책에서 많이 나오는 이 말이 이런 경우에도 해당되나 보다

특히 구찌 집안의 이야기 한편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지금은 프랑스의 대기업이 인수했다니 이탈리아로서는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페르가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구두 장인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단순하게 구두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신을 사람을 하나하나 진정으로 생각해서 만들어내는 한 컬레의 구두는 진정한 명품이었다

 

어릴 때부터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라파엘로를 옆집 아저씨 이름처럼 입에 달고 살고, 르네상스 건축의 거장들인 브르넬레스키나 브라만테가 지은 지은 건물에서 술래잡기하며 자란다는 거다 

길거리에는 거장들의 작품이 널려있고, 콜로세움같은 로마 유적지 옆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는다   

페이지 : 90

 

 

 이탈리아인들이 지닌 특별한 패션 감각이랄까 패션 센스에 대해 저자가 하는 말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늘 그려지는 모습 중 하나였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두오모를 지나고 천국의 문을 지나가는 모습을 말이다

몇 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지금도 가끔 보는 이유는 배경으로 나오는 이탈리아의 특히 피렌체의 골목 골목길 때문이다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멋진 건물들을 시야에 두고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이 정말로 부러웠다

 

책은 읽기 전에는 읽는데 시간이 괘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다양한 주제가 재밌어서 읽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 슈퍼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페라리"와 "람브로기니"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우리에게 흔히 빨간색 페라리는 연예인이나 부자들이 타는 차이다

예전에 일본에서는 5천만 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이 높아 30억 정도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이제 페라리도 마세라티도 한 회사 소유라고 한다

앞서 나왔던 패션계의 다른 명품 브랜드들처럼 소규모 장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들은 결국 프랑스의 거대 자본에게 먹히고 마는 것인가 보다

 

인간은 누구나 모차르트처럼 천재로 태어나지만 결국 이 천재를 흔하디흔한 기성품으로 찍어내는 것이 사회와 교육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억압 속에서 진정한 멘토와 자기 자신을 찾는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   
페이지 : 146

 

 

미켈란젤로 하면 떠오르는 "다비드" 상이 사실은 저급의 대리석으로 20여 년간 방치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조각가는 대리석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그 대리석상에서 다비드를 꺼냈을 뿐이라고 하는 말을 진전한 장인인 미켈란젤로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자신을 화가가 아닌 조각가라고 말하며 자존심이 하늘의 찔렀을 당대 최고의 예술가이니까~

 

10여 년도 휠씬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시골로 돌아왔을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도서관이었다

변변한 도서관의 없던 시골에서 자란 내가 도시에 있는 대학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어마어마한 책이 가득했던 대학 도서관이었다

4년간 신나게 도서관을 이용하다 졸업을 하니 참 답답했다

그나마 찾아보니 시립도서관의 분관이라는 이름으로 중학교 교실 하나만한 도서관이라도 있는 것이 참으로 반가웠다

 많지 않은 책들이지만 그래도 양질의 책들이 괘 있어 아쉬움을 그런대로 달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발견한 책 중에 한 권이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이 도시 베네치아"였다

그 책을 시작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읽었고 베네치아에 관한 많은 책들도 읽었는데 이 책의 저자의 말대로 단 한번도 베네치아를 생각하면서 바다 특유의 비린내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ㅎㅎ

베네치아라고 하면 통상무역으로 발달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지닌 합리적인 사고를 우선시하던 바닷사람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베네치아 출신으로 "세기의 바람둥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카사노바에 대한 이야기는 그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단순한 바람둥이만으로 알았는데 당시의 명문 파도바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텔리에 성직자였으며 외교관과 로비스트까지 대단한 인물이었다

베네치아의 명물이 된 가면과 무리노의 유리공예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어 재밌었다  

 

패션과 자동차에 이어 등장하는 요리 파트는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파스타 기계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을 거라는 이야기는 왠지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가 요리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너무나 다방면에 재주가 많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인지라 남긴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이 예전엔 의외였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와인부터 치즈, 피자, 파스타 커피에 이르기까지 장인의 나라의 다양한 장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밥은 10분 만에 먹고 커피는 한 시간에 걸려서 마시는 것에 비해 이탈리아에서는 식후에 에스프레소를 서서 한잔 마신다

에스프레소 기계를 이탈리아에서 만들었다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은 것이 아메리카노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카페인이 더 많을 거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 커피에 대한 책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로브스타라는 원두가 아라비카종에 비해 카페인이 많으며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마시고 있는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라고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이탈리아의 다양한 식재료들과 그것을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어나가는 장인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대화되기도 하고 사라져버리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들만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정겨운 느낌이 참으로 부러웠다

 

[이 글은 책좋사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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