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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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려면 문목하 작가의 추천사를 빌려야 한다. '우주예찬을 하고 싶어서 인간 세상에 방문한 중단편의 신'.

SF는 현실을 반영하기 가장 좋은 장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약간 비틀어서 보여야 하는 것을 확대시킨다. 다른 우주라고 느껴지는 세계관에는 우리 은하가 있고 지구가 있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역시 <얼마나 닮았는가>와 짧지만 압도적인 <빨간 두건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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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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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백 년 사는 인간이 밤하늘과 우주를 궁금해해서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인간을 우주로, 달로 보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어쩐지 뭉클해진다. 천문학을 향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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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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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천문학은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낭만적인 학문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구매 할 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겠지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천문학자는 커다란 망원경으로 매일 밤 별을 보지 않았다. 매일 밤 그래프를 그리며 코딩을 했다. 책의 저자인 심채경 박사님은 천문학자의 현실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학생으로서 강사로서,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엄마로서,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이야기를 읽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다. 게다가 이 책은 재밌기까지 하다! '초록별 지구'라는 단어를 보고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 지적했다가 '이래서 이과생은 안 된다'며 의절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나 어린왕자가 자신의 소행성에서 노을지는 것을 계속 보기 위해 의자를 옮기는 장면을 읽으며 의자를 당겨야 한다는 걸 연상한다는 이야기, 외국 학회에서 한국에 행성 과학자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원래 세 명인데 다 지금 여기 학회가 있어서 지금은 한 명도 없다 대답했다는 이야기 등을 읽으며 엄청 웃었다. 과학자의 에세이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내게는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거대한 우주 안에서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인데, 그 기껏해야 백 년 사는 조그만 먼지들이 밤하늘과 우주를 궁금해해서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인간을 우주로, 달로 보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어쩐지 뭉클해진다. 심채경 박사님의 글대로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을.

최근 대한민국이 쏘아 올린 누리호를 생각했다. 오직 우리나라의 기술로 가능하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벅차다. 내가 모르는 동안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 그 외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었구나. 인류가 다음으로 할 일이 궁금해진다. 뭘 쏘아올릴지, 어디로 가게 될지. 우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남은 수명 동안 내 세계를 확장 시켜야지. 아주 멀리 내다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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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두 번째 지구는 없다 - ‘언어 천재’ 타일러가 말하는 코로나 이후의 위기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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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건이며 환경주의자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텀블러,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며 육류는 물론 난류, 유제품 없는 식단을 먹고 있다. 육식이 대중교통보다 탄소발생량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바로 채식을 결심했다.

나는 비건지향인이지만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24시간 365일 비건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나는 지구를 위해 완벽한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내가 실수 한다고 해서 환경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일러 씨 또한 책에서 말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

타일러 씨는 책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버몬트의 숲이 눈앞에 그려지고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기후위기는 허구가 아니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극단적으로 덥고 추워지는 것, 50일 넘게 장마가 오고 6개월 동안 산불이 꺼지지 않는 것, 패스트푸드점에 양상추와 감자튀김이 제공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기후위기이다.

소행성 충돌처럼 모두가 한 순간에 죽는 것이 아니다. 기후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신선한 채소를 비싸서 사지 못하고 폭염에 에어컨을 틀 수 없는 약자들이 먼저 죽게 될 것이다. 늦었다는 냉소주의는 필요 없다. 육류소비를 줄이라는 비건들에게,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며 일회용품을 거절하는 환경주의자들에게 우리가 노력해 봤자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다 망칠 테니 아무 소용 없다 말하지 말기를. 100을 향해 가기 위해 10을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1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말을 얹지 마시길. 끝없는 절망과 자기모순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당기며 좌절감을 안겨주지 마시길.

지치지 말자.

이 책은 FSC 인증을 받은 종이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고, 색을 하나만 정하고 삽화 크기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한다. 난 유통과정에서의 탄소 마저 줄이기 위해 전자책을 구매해 완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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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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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식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주인공 '나인'과 그의 친구들이 어떤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SF, 추리, 청소년 소설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 선한 일을 하는 게 너무 좋다. 17살 아이들의 그러한 정의는 정말이지 벅차오르고 풋풋하며 웅장하다.

식물이 주된 소재가 되는 내용인데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다. 책 읽으면서 계속 생각이났다. 그 비온뒤 풀냄새라든가 햇빛에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나뭇잎이라든가 살랑이는 풀잎 둥실하게 밟히는 잔디같은 것들이. 햇살 좋은날 밖에 나가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다들 《나인》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 최고인데!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가슴 아프지만 따뜻해지는 그런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이걸 읽으며 난 한 사람 몫을 하는 제대로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을 지켜야지, 부당한 일에 눈 감지 말아야지, 올바른 길을 향해 나아가야지. 그리고 그 길가에는 식물들이 잔뜩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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