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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호크니 리커버 에디션)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은 발전한다. 하늘을 날고 싶어 하던 사람은 비행기를 만들었고, 우주를 동경하던 사람은 지구를 벗어나 달에 발자국을 찍었다. 인공수정으로 생명의 탄생에 관여하고, 의료기술은 수명을 연장하며 죽음을 늦춘다. 더 빠르게, 더 편하게, 더 경제적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심은 기술을 끝없이 발전시키며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배제되는 존재들이 있다. 경제적이지 않으니까, ‘정상’적이지 않으니까, 보통 사람과는 다르니까, 혹은 사람이 아니니까. 주류에 속하지 못한 그들은 발전하는 세계에서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고, 무시당하고, 배제된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그렇게 주류에 속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관내분실」의 딸 지민과 엄마,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의 여성 우주비행사 재경 등이 그 예다. 소위 말하는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주요인물로 내세워 전개되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사람들만이 주로 등장하는 글을 읽어온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받게 한다.
단편들을 읽으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차별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절망만을 느끼게 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다. 「스펙트럼」을 읽으며 우리는 생활방식이 전혀 다르며 말도 통하지 않는 외계의 생명체와 종을 초월하여 서로 아끼는 관계를 상상할 수 있고, 「공생가설」을 읽으며 또한 외계의 생명체와 공존하며 한 행성에 대해 같은 감동과 그리움을 느끼는 관계를 상상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갈 방법도, 의지도 없는 상태에서 과학기술만을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만을 늘려갈 뿐일 것이다. 결국 다양성을 무시한 채,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다른’ 존재들을 차별하고 배척하는, 순례자들이 도달한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을 통해 외로움의 총합을 늘리게 될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갖추고 지향해야 할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답은 책에 이미 나와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정상’을 나누는 기준을 버릴 것, 소수자를 보호하고 차별과 혐오를 멈출 것,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를 구성하는 다른 생물들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 P54
그날 저녁 루이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열매를 가지고 나타났다. 희진이 놀란 표정을 짓자 루이는 희진이 부품을 숨겨놓은 주머니를 가리켰다. 마치 희진에게 좋은 일이 생겼음을 축하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의미가 조금이나마 전달된 것일까? 희지는 무척 기뻐서 루이를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 P75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의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 P88
그때 네 번째 루이가 희진을 보며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희진은 그것이 미소임을 알았고, 그래서 마주 웃어주었다. - P91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 P96
스무 살의 엄마, 세계 한가운데에 있었을 엄마,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이었을 엄마, 인덱스를 가진 엄마, 쏟아지는 조명 속에서 춤을 추고, 선과 선 사이에 존재하는, 이름과 목소리와 형상을 가진 엄마.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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