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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평점 :
박막례, 유라 PD. 유튜브를 하는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방학 때 학교에서 주최한 1인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 3명을 뽑아 PPT를 만드는 과제를 한 적 있었다. 잘 만든 사람들은 나와서 발표를 했는데, 박막례 할머니는 역시나 빠지지 않았다. 구글 CEO를 만났다더라, 어디에 초대됐다더라, 이런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 여성으로서, 그리고 노인으로서 성공한 사람을 보며 괜스레 내가 다 뿌듯하고 눈물 나고 그러더라.
사실 난 이런 난리에도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를 구독하지 않았었다. 물론 영상도 한 편 보지 않았었고. 그러다 어느 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 달 전에, 코로나 19로 인해 밖에 나갈 수 없는 박막례 할머니께서 장남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 ‘현실적인 미용실 놀이’를 보게 됐다. 거짓 조금 보태서 정말 눈물 흘리면서 봤다. 너무 웃겼다!!! 끅끅 웃으면서 다른 영상도 보고, 보고, 또 보다가 구독 누르고 팬이 됐다. 할머니, 저 편 됐어요!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니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로, 1975년에 UN에서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하여 공식 지정한 기념일이라고 한다. 나 또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면서 『김지은입니다』와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두 여성의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박막례 할머니와 김유라 PD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의 구성은 전반과 후반으로 나뉜다. 전반은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을 짧게 요약했고, 나머지는 후반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겪은 일들을 박막례 할머니와 김유라 PD가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할머니의 70년의 삶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집안의 막내딸이어서 ‘막례’라는 이름을 받고, 여자라는 이유로 글도 배울 수 없었다. 가난하고 무능하며 책임감마저 없는 남자와 결혼해 50년 넘게 세 남매를 키우며 홀로 뼈빠지게 일을 했다. 사기도 두 번이나 당했다. 그러다 70세에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안타까웠다. 너무, 안타까웠다. 처음 책을 펴면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라는 박막례 할머니의 글이 있다. 나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다른 여성의 삶이 위로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으니 난 행복한 거구나.’의 위로가 아니다. ‘살다 보면 행복해질 수도 있겠구나. 놓지 말고 버텨야겠구나.’의 의미의 위로이다. 누가 여자 인생은 25세에 꺾인다고 했냐? 여자의 인생은 언제나 시작이고 언제든지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김유라 PD도 대단하다. 할머니가 치매 위험 진단을 받고 함께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회사에서 휴가를 내주지 않자 쿨하게 퇴사해버렸다. 그렇게 간 호주 여행에서의 영상으로 인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내가 그때 그 상황에 놓였다면 퇴사라는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유라 PD의 용기 있는 결정이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후반전에서는 주로 해외로 여행 간 이야기가 나온다. 호주, 일본, 크루즈 여행, 미국 등 여러 나라를 여행, 혹은 초대로 방문하며 행복해하시는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앞으로도 할머니께서 지금까지 겪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시면서 유라 PD님과 함께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