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산책 -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을 보는 방법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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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 산책』은 장소를 주제로 목차가 나눠진다. 국립수목원, 허브천문공원, 암스테르담식물원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저자가 방문하는 곳에서의 이야기와 그곳에 있는 식물들을 소개한다. 작가가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도 첨부되어 있다. 뿌리, 줄기, 잎, 꽃과 열매, 씨앗까지 모두 세밀하게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네 개의 계절을 한 개체와 함께하는 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던 중 인상깊던 구절이 있었다. 작가는 “식물을 그리면서 내게는 색을 식물로 표현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냥 ‘노란색’ ‘진한 노란색’이 아닌 ‘피나물 꽃잎 색’ 혹은 ‘매자나무 꽃잎 색’처럼 모든 색을 식물에 빗대어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모두 똑같은 노란색일지라고 자신에게는 모두 다른 식물들의 노란색이라니, 신기하고 귀여우면서 부러웠다. 언어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표현할 수 있는 감정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책을 완독하고 나서는 길가에 핀 꽃들이 전부 눈에 들어온다. 전에는 걷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길가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를 들여다보며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다. 가만 보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태주 시인도 말하지 않았는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 나태주)

 세계 어느 지역에 가든, 한국의 어느 지역에 가든 식물을 관찰하고 채집하고 그리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면 참 본받고 싶다. 나도 어딜 가든 꼭 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한다.

식물을 그리면서 내게는 색을 식물로 표현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냥 ‘노란색‘ ‘진한 노란색‘이 아닌 ‘피나물 꽃잎 색‘ 혹은 ‘매자나무 꽃잎 색‘처럼 모든 색을 식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나를 볼 때마다 주변 사람들도, 나도 놀라곤 한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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