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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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을 취재해주신 추적단 불꽃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목숨을, 인권을 빚진 것이니. 살아가면서 한 사람 몫을 하며, 목소리를 내며 이 빚을 갚아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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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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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을 취재해주신 추적단 불꽃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목숨을, 인권을 빚진 것이니. 살아가면서 한 사람 몫을 하며, 목소리를 내며 이 빚을 갚아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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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김성일 외 지음 / 구픽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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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점과 도서관을 사랑한다. 책이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꽂이가 눈에 보이는 전부인 곳. 책장 사이사이를 지나다 보면 미로에서 헤매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물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껏 낮춰 소곤거리는 말소리가, 신경써 걷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이따금씩 들리는 '대출 되었습니다' 혹은 '계산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말이 왜 그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 도서관 건물은 자료실 밖 복도가 통유리로 되어있는데, 나는 그 창가 옆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것을 참 좋아했다. 평일 낮에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4층 복도, 오직 책 넘기는 소리와 나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장소. 부유하는 먼지를 보지 못했다면 아마 시간이 멈춘 것으로 착각할지도 모르는.

 단편집 『책에 갇히다』는 책과 서점에 관한 여덟 작가의 SF 앤솔러지이다. 북펀드로 열린 책이었고, SF와 책, 서점, 그리고 참여 작가 '천선란'이라는 이름을 보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맨 뒤 북펀드 참여자 명단에 있는 내 이름 세 글자를 보며 역시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일 작가의 「붉은구두를 기다리다」는 인물들 이름이 '붉은구두', '푸른소' 등으로 동화같은 느낌이 강해서 좋았다.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나 김초엽 작가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등, 자신의 신념을 위해 마을을 떠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 재밌게 읽었다.

 문녹주 작가의  「금서의 계승자」는 소재가 참신해 마음에 들었고, 절망적이고 폭력적인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 상황을 덜 폭력적으로 읽게 하려 노력한 흔적이 좋았다. 포르노적인 디스토피아물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런 이유로 읽기 괴로웠다.)

 송경아 작가의 「12월, 길모퉁이 서점」은 따뜻한 글이었다. 세상이 아이에게,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곳이었으면, 그늘에 있는 아이들에게 길모퉁이 서점 같은 도피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승현 작가의 「켠」은 이 앤솔러지에서 가장 좋았다. 난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내 책에 한해 밑줄을 긋고 위쪽 귀퉁이를 접어놓는데, 「켠」을 읽으며 거의 모든 장의 귀퉁이를 접어버렸고,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펴놓고 맨 첫 페이지만 접어놓았다. 내 가슴 한 켠에 놓아둘 보물같은 문장들을 잔뜩 얻은 채.

 이경희 작가의 「바벨의 도서관」은  반전이 매력적인 글이었고, 끝도 없이 펼쳐진 바벨의 도서관을 상상하며 읽는 게 좋았다. 난 사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 단편을 읽고 보르헤스의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지연 작가의 「역표절자들」은 우당탕탕 정신없는 전개, 특히 '유사―○○'이라는 존재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전혜진 작가의 「모든 무지개를 넘어서」 또한 가장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이다. 상류층과 빈곤층 간의 격차와 혐오, 스스로 빛나는 아이와 그 아이를 돌보며 존중하는 어른들, 헌책방이라는 장소가 좋았다. 아직 읽지 않은 동 작가의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 윤현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하니 꼭 읽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천선란 작가의  「두 세계」. 이 행성에 발 붙일 곳 없는, 자신을 붙잡아둘 중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세계와 책이라는 소재로 풀어나간 글이 흥미로웠다.

 SF와 책, 서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종이책이, 나아가 책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글이 종종 있었다. 난 올해, 환경을 위해 앞으로 친필싸인본을 제외하면 모두 전자책으로 구매하기를 결심했고 전자책 리더기를 장만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의 물성을 사랑한다. 손 안의 묵직한 무게감, 촤라락 펼쳐지는 낱장들, 문장 아래 그이는 밑줄과 낙서들, 책장에 가지런히 꽂히는 네모진 책들. 그래서 더 애틋하게 읽었다. 손에 쥐고 있는 종이책이 사라질까 겁내며.

김제 황야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은 높은 담장을 넘어 두 사람에게까지 닿았고, 가람이 이해할 수 없는 맥락을 담은 말들이 전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훗날 그 말들이 심장을 움켜쥘 줄도 모르고, 가람은 전영이 이끄는 대로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만큼은 소년이 소녀에게 사로잡혔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 P102

"자네는 인생 책이 있는가?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책 말일세. 보통은 그런 책들을 가장 손 닿기 쉬운 곳에 꽂아 두기 마련이지. 오다가다 흘끗 보기만 해도 혹은 잊고 살다가 얼핏 내용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 향기가 다시 올라오는 책." - P178

사실 나는, 설준이라는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끝까지 읽어 보고 싶었다. 남기고 싶은 곳엔 오래 머물며 밑줄을 긋고 싶었다. 보고 싶을 때 꺼내 보고 만져도 보고 따뜻하게 품어도 보고 싶었다. - P180

힘이 풀렸다. 오로지 감각에만 힘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이렇게 무기력하면서도 강렬한 전율은, 만약 이 전기 자극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리움‘이 아닐까. 때로 그리움이란 감정은 짜증을 동반하기도 하니까. 미간을 찌뿌리면서도 입술은 피하지 않는 아이러니도 가능한 것이다. - P183

그의 한 켠엔 틈이 있을까.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보면 원래 있던 것처럼 편안하게 차지하고 있을 나의 자리가 있을까. - P192

무엇보다도 그는 윤현의, 조숙한 아이다운 복잡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과, 그 섬세한 뉘앙스를 오며 가며 지나가는 말로 가르쳐 주었다. 세상에는 감정의 종류만큼 많은 단어들이 있다는 것도, 거칠고 대충 뭉뚱그려 말하는 데 익숙해지면 사람의 감정과 생각 역시 무디고 단순해지다가 고장나고 만다는 것도. - P314

이제 막 열두 살이 된 윤현은, 제 눈에 비친 무지개의 편린을 향해 똑바로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낡고 초라한 보도블록들은 햇빛에 반짝이는 듯 보였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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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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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식량, 에너지, 지구, 기후변화의 모든 것을 논하며 풍요(more)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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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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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 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여성 과학자이자 대학 교수인 호프 자런은 2009년, 자신이 속한 학부 학장의 부탁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수업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수집한 데이터와 수업을 기반으로 이 책을 썼다. 당시 호프는 '사람들이 자신의 에너지 사용량을 살피도록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금연을 시키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무의미하다 생각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맡은 바를 훌륭히 해냈고, 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생명과 식량, 에너지, 지구, 기후변화의 모든 것을 논하며 풍요(more)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오늘날 인간이 10억 톤의 곡물을 먹어 소비하는 동안 또 다른 곡물 10억 톤이 동물의 먹이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게 먹여서 우리가 얻는 것은 1억 톤의 고기와 3억 톤의 분뇨다.', '1킬로그램의 연어를 얻으려면 3킬로그램의 연어 먹이가 필요하다. 1킬로그램의 연어 먹이를 얻으려면 5킬로그램에 이르는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양식장에 가둬놓고 키우는 연어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바다에 사는 작은 물고기 15킬로그램이 필요해진다. 지금은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3분의 1가량이 분쇄되어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

책을 읽으며 허탈감이 남았다. 곡물 10억 톤으로 고기 1억 톤을 얻고, 작은 물고기 15킬로그램으로 연어 1킬로그램을 얻는다. 세계에는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사람과 곡물이 남아돌아 가축에게 먹이고 비료로 사용하는 사람이 공존한다.

호프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불균형을 함께 말하고 있다. 사실 두 개념은 다른 것이 아니다. 내가 덜 쓰면 누군가는 더 쓸 수 있다. 지구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글은 전문적이나 지나치게 건조한 것도 아니다. 고향의 농업, 가족, 유년시절 차고 놀던 얼음 같이 호프 자신의 이야기를 같이 풀어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육류 소비,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 비행기 여행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조금 덜 사용하고 편리함을 조금 더 많이 포기하기.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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