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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윤이형 외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9년 9월
평점 :
‘광장’은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 전시회이다. 꼭 가고 싶던 전시였고 3번 정도 시도했으나 결국은 못 갔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7명의 작가들이 ‘광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쓴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 『광장』을 전시장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김초엽 작가도 참여했다길래 꼭 사고 싶었는데, 다행히 인터넷으로도 구할 수 있었다. 포장을 뜯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표지 디자인이 참 예쁘다는 것이었다.
최인훈의 『광장』은 고등학생 때 수능을 위해 배웠고, 대학 신입생 때 독서토론 도서로 읽고 토론했다. 또한 2학년 때 문학 교양 수업에서 배우기도 했다. 여러 번 읽고, 토론하고, 서평을 쓰고, 텍스트 하나하나를 뜯어가며 배우고 시험공부를 했기에 내겐 너무나 익숙한 소설이다. 이런 말을 해놓고 밝히기는 조금 그렇지만 사실 난 『광장』이라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작중 여성 캐릭터의 취급이 이별 또는 죽음으로써 남자주인공에게 변화의 계기를 주는 사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각기 다른 작가들의 단편을 읽으며 최인훈의 『광장』 이야기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광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읽었다. 기대는 반 이상 충족된 것 같다. ‘광장’이라는 키워드만을 가지고도 이렇게 저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니, 작가들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좋았던 단편은 역시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다. 애초에 책을 사게 된 계기 중 하나도 김초엽 작가였기 때문에, 책을 받자마자 김초엽 작가의 「광장」을 가장 먼저 읽었다. 결과는 역시 대만족이었다. 이외에도 윤이형, 김혜진, 이장욱 작가의 이야기도 내 취향으로 마음에 쏙 들었다. 끝부분의 해설도 모든 작가의 소설을 두 페이지 이상의 분량으로 적어 놓았고, 마지막의 출간의 말까지 읽고 나니 이 전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정성을 쏟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가지 못한 전시가 평생 아른거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