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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놓치곤 한다. 지금 하는 일을 왜하고 있는지, 무슨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대뜸 코웃음부터 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이걸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요. 인생 참 모르시네.” 하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입시, 토익, 취업, 결혼, 육아, 주거, 은퇴, 노후. 영원히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와 같이 행위에만 집중할 뿐 이면의 의미를 탐구하려는 노력에는 나태하다.
“어떤 위치에 있건, 어떤 운명이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 저자가 우리에게 설명하는 ‘자존’의 의미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다른 어린 시절과 환경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또 미래를 살아간다. 다른 이들의 옆모습을 끝없이 곁눈질해가며 알량한 판단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당신이 누구인가’를 알고 ‘기준점’을 찾으라는 충고는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진부한 말도 결승점이 각각 다른 방향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과 결합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어떻게 알고 기준점을 세워야 할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저자가 제시하는 길 하나는 ‘고전’이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의 풍화를 이겨낸 고전은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더 단단해’진다. 결과적으로 고전 숙독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해있는 자신의 본질에 대한 고민에도 도움이 된다.
너무 앞서가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기우杞憂’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둘 곳이 없음을 걱정한 나머지 침식을 전폐하였다 (두산백과)”는 뜻이다. 하늘이 무너질까봐 두려워했다니 이 무슨 쓸데없는 걱정인가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 중 10년 후에 다시 돌이켜 봐도 걱정할만했다고 인정할만한 게 과연 얼마나 될까. ‘처음 먹는 것처럼’ 밥을 먹고, ‘공이 우주인 것처럼’ 공놀이한다는 개 이야기는 그래서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영화 《아저씨》 주인공 차태식의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는 대사는 어쩌면 ‘현재’에 발붙이고 살면서 끊임없이 ‘미래’만 바라보는 우리를 향한 촌철살인이 아닐까.
앞서 말한 ‘자존’이 바로서야 권위와의 적당한 거리도 찾아낼 수 있다. 스스로가 누군지 확신이 없으면 타인과의 관계 설정이 힘들기 마련이고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이어지기 쉽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선생님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 아래 학습한 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되어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권위에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어지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창의성을 강조하고 단순 작업 대부분이 컴퓨터로 대체된다는 시대에 이 같은 태도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권위가 위험한 까닭은 소통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팀을 구성하고 회사를 세워 진행한다. 거기에 권위라는 단단한 벽이 서로 사이에 존재한다면 말을 포장하는데 치중해 내용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독재자 위안스카이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 그만을 위한 신문을 발행했다는 웃지 못 할 일화는 권위에 의한 불통이 발생시키는 병폐를 잘 보여준다. 권위의식을 잠시 내려놓은 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할 말을 제대로 전하는’ 소통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하다.
저자가 내세우는 여덟 단어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은 얼핏 보기엔 별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내 안의 중심을 잡고 살자’가 그것이다. 지금 자기 인생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이 책으로 스스로를 다잡아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