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개정 완전판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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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의 한 일원으로서 인간 개체 자신도 신적인 위상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에게도 신처럼 항상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으며, 바로 이러한 능산적 자연이 스피노자가 말한 코나투스이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코나투스는 타자와의 마주침을 통해 증가할 수도 있고, 혹은 감소할 수도 있다. 타자와 마주쳐서 쿠나투스가 증가하면 우리는 기쁨을 느끼지만

 

 

기독교에서처럼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이 새롭게 연결되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연결 관계에 들어가기 위해서 우리가 과거의 연결관계를 잊어야만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물론 자의식의 동일성을 망각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들뢰즈가 망각을 강조한 이유는 자의식이 강할수록 세계와의 새로운 연결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을 강하게 의식하면 할수록, 우리가 세계와의 연결을 꺼리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기존의 자의식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에게는 세계와 새롭게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다.

기억을 강조하는 사유에서는 망각을 일종의 무기력이라고, 혹은 수동적인 정서 상태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망각은 타자와의 소통을 방해하는 의식의 자기동일성만을 잊으려는 것이지, 삶 자체의 능동성을 잊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망각은 우리의 삶을 가장 높은 긍정의 상태로 고양시킬 수 있는 중요한 한 가지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삶, 그리고 무의식적인 습관 체계를 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타자와 소통하여 새로운 주체로 생성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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