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 - 취향

취향 - 미술, 패션, 인테리어 취향에 대한 내밀한 탐구
박상미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0월

그의 그림은 필립 거스통의 폭력성에다가 조르지오 모란디의 성글고 연약한 시정을 더하는 무언가로 내 머릿속에 금세 자리를 잡았다. 같은 벨기에 작가 라울 드 카이저, 그리고 미국의 에드워드 호퍼 ... 그가 다루어온 소재는 홀로코스트, 식민지주의, 미국의 보수주의, 아동의 성적 학대 등 ... 일상적이고 평이 ... 일상의 모든 것이 공포로 변할 수 있다.

... 아무리 끔찍한 발상이라도 그 시작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아무리 평화로운 장면이라도 대개는 끔찍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 집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대신 있던 것들과 똑같이 생긴 다른 것으로 바뀌어져 있을 때

장난감 ... 어린 시절의 이미지 ... 디즈니가 제공하는 ‘마법’, ‘유토피아적 환상’이 가지는 위험에 대한 천착 ...

... 환경에 관한 것이다 보니 ... 환경처럼 크게 그리게 되었지요.

<거북이> ... 50만 개의 전등이 여섯 개의 색으로 빛났다. 호박색, 파랑, 연두, 초록, 분홍, 빨강, 그리고 무색. ... 그보다 훨씬 연약한 것이다. 그리고 그 형태는 모호하고 불편하다. 얼굴이 없는 거대한 형체가 우리 쪽으로 몸을 구부리고 ... 전구 빛처럼 언제라도 부서져 내려 이 공간 속으로 스며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