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화서 - 2002-2015 이성복 시론집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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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기다리면 늦어지고, 생각하면 어긋난다


49

그네를 탈 때처럼, 말을 확 굴러서 차올라 나아가세요. 발바닥이 하늘까지 닿는 느낌이 들어야 해요.


50

우리의 손은 언제나 진실을 말해요. 손을 신뢰하면서 가급적 신속히 쓰세요.


51

단방에 녹다운시키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잽’ 날리듯 이 말을 툭툭 던지세요. 기필코 홈런 치겠다는 심리는 삼진 아웃을 불러와요. 그냥 가볍게 배트를 내밀 듯이, 혀끝에 말을 갖다 대보세요.


52

우리가 하려는 얘기는 머리가 아니라 말 속에 있어요. 어깨에 힘 빼고 그냥 말을 툭툭 던지세요. 그러다가 빈틈이 생기면 ‘어퍼컷’을 내질러야 해요.


53

시는 살짝 올라타는 거예요. 자전거나 …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듯이. 그 다음에는 내가 거기에 적응해주면 돼요. … ‘번지는’ 거예요.


54

이렇게 말이 말을 물고 오게 해보세요. 여기에서 내가 거들 일이 뭐 있겠어요.



58

겉멋 부리지 말고, 평소 밥 먹는 것처럼 하세요. 자기감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침 묻은 밥처럼, 거기 닿으면 다 상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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