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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의 창작 노트
길예르모 델 토로.마크 스콧 지크리 지음, 이시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종종 자기와 다른 것들로부터 단절된 채, 타자성을
위협적이라고 느끼고 거부하기 일쑤다. 그러나 기예르모의 예술은 우리에게 집이나 극장 좌석에 안락하게
앉아, 혐오스럽고 거부당한 것들을 공감과 연민을 가지고 되돌아보도록 권한다. 다양한 인간(과 심지어 비인간)의
경험을 아우름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정의를 확장해보라는 것이다.
<판의 미로>의
경우에 기예르모는 설화, 요정 이야기, 고전적인 아동 문학에서
추려낸 구성의 모티프를 반추하고 있다. 아이들이 통과의례를 견뎌냄으로써 이상하고 낯선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모티프가 환기시키는 일부 이미지, 예컨대
다시 살아나는 맨드레이크 뿌리 …
그러자 그는 내가 바로 지금 구세계에 대해 느끼는 바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헬보이 2>의 주제와도 유사하죠. “우리는 지혜 대신 교만을 얻었고, 지성 대신 잔인함을 얻어, 세계를 잔인하고 차디찬 곳으로 만들었다.”
기예르모는 노트를 적으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용기를 갖고 원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하라고 되새긴다. 그런 일환으로 전작 <헬보이>에서
양서인간 에이브 사피엔 역을 맡은 … 존스가 <판의
미로>를 위해 <엑스맨>과 <맨인블랙> 시리즈의
영화 출연을 고사했을 때, 기예르모는 의기양양하게 이렇게 썼다.
“2007년…… 올해는 나의 해다. 기예르모
델 토로.”
… 판은 대퇴골로 만든 플루트를 갖고 있다 … 아름다움과 그로테스크함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완전한 하나가 된다. … 나는
두 가지를 믿는다. 신과 시간. 둘 다 무한 …
우리는 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 없고, 같은 영화를 두 번 볼
수도 없다. 기억할 만한 TRUEBISMO #1
유럽의 요정 이야기에서 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나는
유혹의 탁자 위에 음식이 아닌 금을 올려놓으려 했다. 두 가지 중 어느 쪽이 관객이 이해하기에 더 쉬울
것인가? (??)
내가 음식과 금이라는 두 가지 생각을 떠올린 것은 그 연회의 모든 것을 붉게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금이 단일한 색상을 띠듯이, 모든 음식도 젤라틴과 포도 등으로
붉게 만들어 색상을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 트릭과 생각을 늘어놓기보다는 서두르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어떤
일을 진행시켜나가는 느낌이에요.
… 나는 노트가 더 많아질수록 점점 더 현실적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자인 감각은 좀 무뎌졌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과거의 노트보다
이런 노트들이 더 좋아요. 이것들은 완전하거든요. 무언가를
찾고 있지 않아요. 이 노트들은 그저 어떤 식으로든 내 안을 들여다보는 나인 거죠.
“폭군의 지배는 죽음으로써 끝나지만,
순교자의 지배는 죽음으로써 시작된다.” 나는 이거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적인 대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이름을 후대에 남기는 데 집착하는 남자와 그런 데 신경 쓰지 않는 소녀의 대립인 거죠. 물론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소녀고요.
전에 겪어보지 못한 장소나 방식 등 새로운 일에 직면할 때 약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려면 무언가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