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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극장 -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고명섭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평점 :
... 도취와 황홀경의 상태, 사지가 갈기갈기 찢기는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고 있다.
서로 성격을 완전히 달리하는 이 두 종류의 충동들은 대체로 공공연히 대립하면서 서로가 항상 새롭고 한층 힘 있는 탄생물들을 낳도록 자극하면서 평행선을 이루며 나아간다. 이러한 탄생물들 속에서 저 대립의 투쟁은 영원히 계속되며, '예술'이라는 고옹의 단어가 이러한 대립을 단지 외견상으로만 연결시켜줄 뿐이다. 그 두 충동들은 그리스적인 '의지'의 어떤 형이상학적인 기적을 통해서 결국에는 서로 짝을 맺게 되며, 이러한 결혼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아폴론적이면서도 디오니소스적이기도 한 아티카 비극 작품이 산출되는 것이다.
... 그러나 헤라의 사주를 받은 티탄들이 자그레우스를 잡아 여덟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 삼켜버린다. 다행히 심장이 남았는데, 제우스가 그 심장을 가져가서 삼킨 다음 세멜레를 만나 세멜레를 통해 자그레우스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자그레우스는 '영혼의 사냥꾼'을 뜻하며, 디오니소스의 별명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죽었다가 소생하는 디오니소스는 대지가 겨울에는 활동을 멈추었다가 봄에 살아난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디오니소스는 풍요와 수확을 관장하는 신이며, 생명력, 피, 포도주, 물, 정액 따위를 상징한다.
디오니소스의 이 이미지, 찢김과 다시 태어남, 파괴와 재생의 이미지는 후기로 갈수록 니체 사상에서 비중이 커지고 의미심장해지며, 또 성격이 변한다. 즉 단순히 비극의 기원이 되는 도취와 황홀경의 신에서, 영원히 돌아오는 생의 긍정을 상징하는 신이 된다. 말년의 메모에서 니체는 이렇게 쓴다. "갈기갈기 찢긴 디오니소스는 삶에 대한 약속이다. 그것은 영원히 다시 태어날 것이고 영원히 파괴로부터 되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