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걸작 - 밥 로스에서 매튜 바니까지, 예술 중독이 낳은 결실들
마이클 키멜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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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아마추어는 프로의 기술을 갖춘 사람이겠지만, 반면 진정한 프로란 본질적으로 아마추어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간에서 세련된 스타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는 냉소와 아이러니를 멀리한다. 회의란 때로 유용할 수 있고 비평가들에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스페인의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예술의 비인간화>에서 <아이러니적 운명>이라는, 제목도 적절한 장에서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페이소스를 멀리하고 아이러니를 선호하는지, 이로 인해 "현대미술이 견딜 수 없이 지루해졌는지"를 한탄했다.


1911년 에드가 드가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화가였던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에게 가장 특별한 경의를 표했다. 노인이었던 드가는 파리의 조르주 프티 갤러리에서 열리는 앵그르의 전시에 하루에 빼놓지 않고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 드가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림들 위로 손을 저어볼 분이었다. 어른이 아이를 안아 보듯 그림을 쓰다듬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저 애정 때문만이 아니라 직접 손을 대는 행위를 통해 그 순간을 초월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사랑과 헌신의 손짓 속에서, 우리들보다 오래 존재할 소중한 것들과 닿은 이 접점에서 시간은 잠시 녹아버린다.


"보나르 얘긴 꺼내지도 말아. 그가 그리는 건 그림이 아냐. 그림이란 감수성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 그림은 권력의 문제야. 자연으로부터 권력을 탈취하는 거지. 자연에서 정보나 조언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뜻이지." 피카소는 한술 더 떠 보나르는 "현대 화가도 아니다." 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 후 보나르에 대한 평가는 회복되었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미술사에서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인상파 이후에 나온 인상파 화가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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