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서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오카 마리 지음, 김병구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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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절체절명(실제로 일본어 어휘임)‘의 기억이 서사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면서, 이면에 숨겨진 이데올로기적 모순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일본이 지닌 모순들까지도 가감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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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깊이 읽는 불교입문
나라다 지음, 주민황 옮김 / 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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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반야심경”, “달라이 라마 사성제” 이후 불교의 기초적인 면이 궁금해져서 찾은 책이다. 분량이 많지 않았고(230쪽), 앞의 두 책을 번역한 주민황 선생의 다른 번역서이기도 한 것이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대승불교(mahayānā)가 아니라 스리랑카의 상좌부불교(theravāda)라는 점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을 통해 전래된 우리의 대승불교보다는 스리랑카의 상좌부불교가 불교의 옛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1부에서는 붓다의 생애를 서술하고, 2부에서는 업, 환생, 사성제, 열반, 팔성도, 장애 등을 살핀다. 3부에서는 붓다 사후 불교의 모습을, 4부에서는 행운경, 패망경, 자비경, 호족경을 읽는다.


1부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팔상도 같은 그림에서 보던 내용들을 구체적인 텍스트로 보니 좀 와닿지 않는 면들이 많았다.


상좌부불교나 대승불교나 사성제, 팔성도 등 기초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은 동일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달라이 라마가 왜 영국 런던에서까지 사성제를 강의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초창기 경전들에서 나타나는 여성차별적 요소에 대해서는 저자인 나라다 스님과 역자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이미 그 당시에도 신분은 극복할 수 있었지만 성별은 극복할 수 없는 요소였던 것이다.


어쨌거나 책은 제목인 “쉽게, 깊이 읽는 불교입문”에 굉장히 충실했다. 불교의 기초적인 부분을 핵심 위주로 간결하게 설명해서 편하게 읽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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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양장)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백승길.이종숭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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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미술 전시회를 보러 다녀서인지 유튜브와 인터넷 서점에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여러 번 추천 도서로 떴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 볼까 하다가 두께와 10pt가 안 되어보이는 깨알같은 글씨를 보고 빌려서 보는 건 포기했다. 그러다 3월 말에 그동안 모았던 Yes24 포인트를 긁어모아 4만원에 구입했다. 그렇게 사 놓고 여러 일들과 도서관 대출 서적들에 밀리기를 거의 반년... 영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번엔 정말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날마다 조금씩 읽고 있다. 책 무게가 무게인만큼 어디 들고 갈 수는 없고, 집에서만 읽고 있다.


1일차(09.19.목): 서론

'서문'과 '서론'을 보고 이 책을 사자마자 읽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쓰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염두에 둔 독자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제 막 미술 세계를 발견한 10대의 젊은 독자들이다(p.7).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p.15).


2일차(09.20.금): 1장

3일차(09.22.일): 2장 

4일차(09.23.월): 3장, 4장

5일차(09.27.금): 5장, 6장

6일차(09.28.토): 7장, 8장


이집트 인들은 대체로 그들이 존재한다고 '알았던' 것을 그렸고, 그리스 인들은 그들이 '본' 것을 그린 반면에 중세의 미술가들은 그들이 '느낀' 것을 그림 속에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p.164).


7일차(09.29.일): 9장, 10장

8일차(10.01.화): 11장

9일차(10.02.수): 12장, 13장

10일차(10.03.목): 14장. 전체 28장 가운데 14장이니 절반을 읽었다. 영국 여행 가기 전까지 다 읽어야 할텐데..

11일차(10.04.금): 15장

12일차(10.05.토): 16, 17장

13일차(10.06.일): 18장, 19장(절반)

14일차(10.07.월): 19장, 1-10장 가볍게 다시 봄. 다시 보니 내가 놓친 게 상당히 많았다..

15일차(10.09.수): 20장

16일차(10.10.목): 21장, 22장, 23장

17일차(10.12.토): 24장, 25장

18일차(10.14.월): 26장, 27장

19일차(10.18.금): 28장

20일차(10.19.토): 28장 나머지.  끝.


11장부터 28장까지도 한번 다시 훑어봐야하지만, 일단 책을 한번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서문의 말대로, 그리고 이 책을 꼭 읽으라 했던 유투버의 말대로, 다른 책들을 시작하기 전 먼저 읽었어야 하는 책이다. 혼자 읽기 벅차다면 강의도 있고, 독서 모임도 제법 있었다. 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강의까지는 필요없다 생각했지만 독서 모임은 고려했었다. 다만, 교대근무 특성상 정해진 날짜나 요일에 근무를 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서 찾아보다 그냥 포기.. 게다가 절대다수의 독서모임이 서울에만 있는 것도 뭐...


이 거대한 책은 1950년 초판 발간 이후 아직까지도 정정하다. 책을 읽으며 70여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지나온 책이라 인터넷에 이 책에 대한 다양한 글들이 많다. 내가 영국 여행을 앞두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느낀 것도 그러한 글 중 하나를 읽고나서였다. 다른 서양미술사 책들에 비해 영국에 있는 예술품들이 상당히 중심이 되어 서술된 책이라 누군가가 평한 것을 뜬금없이 여행 준비 중에 읽은 것이다. 실제로 뒤의 작품 색인을 보면 영국에 있는 작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 작품들 중 몇 가지는 다음달에 직접 보는 걸로... 


11장부터 28장까지는 조만간 한번 더 읽어야 하고, 이 기세를 바탕으로 책장에서 쉬고 있는 <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도 올해가 가기 전에 끝내야 할 듯하다. 


내가 읽은 건 22년도 2쇄본이었는데, 조판상의 문제가 조금 더 해결되어야 할 듯 보였다. 띄어쓰기가 잘못되거나 볼드체 처리가 잘못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덧붙임. 작은 글씨에 대한 근본적 원인: 공동 출간(co-edition, co-production)

1996년 우리나라가 베른 협약Berne Convention(문학 및 예술품 저작물 보호)에 가입하면서 정식 계약을 맺은 번역본만이 출간된다. 이즈음 시기에 갑자기 개정판이 나온 외국 예술 관련 번역서는 일단 한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열화당에서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가, 창비에서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그냥 번역되어 출간된 책들이다. 베른 협약 가입 이후 <서양미술사>는 번역자와 출판사가 모두 바뀌었다. 원서 출판사인 파이돈Phaidon사와 계약을 한 예경 측에서는 번역자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열화당과의 의리를 중시한 최민 교수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예경에서는 새 번역자를 구했지만 이전보다는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삼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열화당 최민 본에 대한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까닭이다. 이와 달리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역자와 출판사 모두 그대로 유지되었다.


Phaidon사는 계약 조건으로 공동 출간(co-edition, co-production)을 요구하였고, 예경은 이를 수용하였다. 공동 출간은 한 번 인쇄를 돌릴 때 여러 언어를 같이 찍어내는 것으로, 주로 유럽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림과 쪽수는 그대로 두고 언어만 바꿔 찍어내는 것이다. 모아쓰기를 하는 한국어로서는 유리함보다는 불리함이 클 수 있다. 알파벳 문화권의 인쇄물은 줄 간격이 좁고, 글자 크기도 작다. 알파벳 낱자를 하나하나 풀어쓰니 가능한 일이다. 개론서 기준 줄 간격 180%, 글자 크기 10.5-11pt를 적용하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기준대로 하기에는 쉽지 않다. 결국 줄 간격과 글자 크기를 줄여 공동 출간을 진행하였고, 지금의 <서양미술사>가 탄생한 것이다. 부차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정판이나 다음 쇄 인쇄 등도 공동 출간에 따라야 하므로 부수 맞추기까지도 해야하니 출판사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24.09.19. -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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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말과 글 - 조선을 대하는 명나라 황제의 두 얼굴
정동훈 지음 / 푸른역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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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명 홍무제, 영락제, 선덕제, 정통제 / 고려 공민왕, 조선 태조, 정종, 태종, 세종 시기의 명 황제의 외교 공문과 말 등을 살핀다. 저자는 고려 말 조선 초 명에 과의 외교를 사료와 함께 찬찬히 읽어낸다. 

외교는 당연히 관료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명의 사신이 대부분 환관, 그것도 조선 출신 환관이 중심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일반 관료를 통해서는 전달할 수 없는 황제의 은밀한 요구(공녀, 말, 매 등)를 환관 사신을 통해 조선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유교를 숭상하는 국가의 황제와 개인으로서의 황제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러한 과정들은 조선과 명의 기록의 불일치를 낳았다. 기록의 나라 조선, 그것도 조선 초에 기록에 손을 대었을 리는 만무하고, 기록에 손을 대더라도 이득이 하나도 없기에 저자는 이 문제의 범인으로 명을 지목하고 있다. 


명의 이러한 이중적 외교에 대응하던 당시 임금과 조정의 고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세종의 선덕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不明之君在上, 세종 13년 10월 14일)이 실록에 실려있기도 하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부터 우리는 중국에 시달려왔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명과의 외교사를 다루긴 했지만, 중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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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톈위빈 지음, 김주희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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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는 소재와 믿을 만한 출판사의 조합이라 나오자마자 거의 바로 샀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에 밀렸다. 거기다 '超細讀'으로 그림을 읽어내다보니 책 자체도 꼼꼼히 읽어야 했다. 그렇게 두어 달만에 오늘 겨우 끝을 냈다. 


그림 하나를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본 적이 잘 없다보니 평소 내가 작품들을 대충 보고 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깨달았다. 


읽으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다. <청명상하도>의 행방 문제, 이식문화론의 실현으로서의 중국의 두 가지이다.


먼저, <청명상하도>의 행방 문제이다. 청, 만주국, 중화민국, 중화제국, 중화인민공화국 등등이 난립하던 시기에 그 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선통제 푸이宣統帝 溥儀와 함께 있던 그림이라 실은 그 행방이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각 주체별로도 서술을 달리 하고 있어 혼란만 더 키우고 있다. 


일단, 톈위빈田玉彬은 중국공산당의 입장에 충실해 보인다.


청폐제淸廢帝 부의溥儀가 「청명상하도」를 훔쳐 몰래 출궁했고 창춘長春의 위만황궁에 보관했다.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하자 부의는 황급히 도주하면서 '청명상하도'가 민간에 흘러나갔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다가 1950년 둥베이박물관에 소장됐고, 1953년부터 지금까지 베이징 고궁박물원에 소장되고 있다(p.240).


하고많은 용어 가운데 굳이 '청폐제淸廢帝', '훔쳐' 등등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적대적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타임라인만 놓고 보면 바이두와 큰 흐름은 동일하다. 


마오주의에 조금 덜 물든 서술을 찾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찾았다. Keith Bradsher는 푸이가 소비에트군에 잡힐 때까지 <청명상하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소비에트가 그림 보관을 위해 중국 동북부의 은행에 넘겼고, 1950년까지 은행에 있다가 인근의 박물관(동베이 박물관으로 추정)을 거쳐 후에 베이징의 박물관으로 옮겼다고 서술하고 있다.  


위만황궁 박물관伪满皇宫博物院에서 진행된 <청명상하도> 강연에서도 강연자인 위훼이余辉 역시 민간으로 유출되었다는 표현은 하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인민정부에서 동베이 박물관에 보관되다 고궁박물관으로 옮겼다고 서술하고 있다.  


Bradsher나 余辉의 서술을 볼 때 <청명상하도>가 단순히 민간으로 흘러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푸이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로 그림이 넘어가는 데 있어서 소비에트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번째 비판은 이식문화론이 실현된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것이다. 

톈위빈田玉彬은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다정함은 전통적으로 중국인에게 내재된 감정적 특성이며 이는 유교 문화가 사회에 스며든 덕분이다(p.112).


... 개인적으로 현대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이전의 중국과는 단절된 다른 세계라 생각한다. 전통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마오주의라는 새로운 문화를 이식했고, 현대 중국은 그 위에 서 있는데, 그러한 상황을 정작 그들 자신은 모르는 듯 하다. 


그리고 저자는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지만,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청명상하도>에 등장한다. 그림이 끝나가는 지점인 조태승가趙太承家 앞에 갓을 쓰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고려사람이 있다. 책에서 얻은 의외의 수확은 개봉(開封, 당시 중고한어음을 재구하자면 *코이푱)의 고려인이 아닐까. 

(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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