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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양장)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백승길.이종숭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평점 :
요 몇 년 미술 전시회를 보러 다녀서인지 유튜브와 인터넷 서점에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여러 번 추천 도서로 떴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 볼까 하다가 두께와 10pt가 안 되어보이는 깨알같은 글씨를 보고 빌려서 보는 건 포기했다. 그러다 3월 말에 그동안 모았던 Yes24 포인트를 긁어모아 4만원에 구입했다. 그렇게 사 놓고 여러 일들과 도서관 대출 서적들에 밀리기를 거의 반년... 영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번엔 정말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날마다 조금씩 읽고 있다. 책 무게가 무게인만큼 어디 들고 갈 수는 없고, 집에서만 읽고 있다.
1일차(09.19.목): 서론
'서문'과 '서론'을 보고 이 책을 사자마자 읽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쓰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염두에 둔 독자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제 막 미술 세계를 발견한 10대의 젊은 독자들이다(p.7).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p.15).
2일차(09.20.금): 1장
3일차(09.22.일): 2장
4일차(09.23.월): 3장, 4장
5일차(09.27.금): 5장, 6장
6일차(09.28.토): 7장, 8장
이집트 인들은 대체로 그들이 존재한다고 '알았던' 것을 그렸고, 그리스 인들은 그들이 '본' 것을 그린 반면에 중세의 미술가들은 그들이 '느낀' 것을 그림 속에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p.164).
7일차(09.29.일): 9장, 10장
8일차(10.01.화): 11장
9일차(10.02.수): 12장, 13장
10일차(10.03.목): 14장. 전체 28장 가운데 14장이니 절반을 읽었다. 영국 여행 가기 전까지 다 읽어야 할텐데..
11일차(10.04.금): 15장
12일차(10.05.토): 16, 17장
13일차(10.06.일): 18장, 19장(절반)
14일차(10.07.월): 19장, 1-10장 가볍게 다시 봄. 다시 보니 내가 놓친 게 상당히 많았다..
15일차(10.09.수): 20장
16일차(10.10.목): 21장, 22장, 23장
17일차(10.12.토): 24장, 25장
18일차(10.14.월): 26장, 27장
19일차(10.18.금): 28장
20일차(10.19.토): 28장 나머지. 끝.
11장부터 28장까지도 한번 다시 훑어봐야하지만, 일단 책을 한번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서문의 말대로, 그리고 이 책을 꼭 읽으라 했던 유투버의 말대로, 다른 책들을 시작하기 전 먼저 읽었어야 하는 책이다. 혼자 읽기 벅차다면 강의도 있고, 독서 모임도 제법 있었다. 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강의까지는 필요없다 생각했지만 독서 모임은 고려했었다. 다만, 교대근무 특성상 정해진 날짜나 요일에 근무를 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서 찾아보다 그냥 포기.. 게다가 절대다수의 독서모임이 서울에만 있는 것도 뭐...
이 거대한 책은 1950년 초판 발간 이후 아직까지도 정정하다. 책을 읽으며 70여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지나온 책이라 인터넷에 이 책에 대한 다양한 글들이 많다. 내가 영국 여행을 앞두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느낀 것도 그러한 글 중 하나를 읽고나서였다. 다른 서양미술사 책들에 비해 영국에 있는 예술품들이 상당히 중심이 되어 서술된 책이라 누군가가 평한 것을 뜬금없이 여행 준비 중에 읽은 것이다. 실제로 뒤의 작품 색인을 보면 영국에 있는 작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 작품들 중 몇 가지는 다음달에 직접 보는 걸로...
11장부터 28장까지는 조만간 한번 더 읽어야 하고, 이 기세를 바탕으로 책장에서 쉬고 있는 <거의 모든 순간의 미술사>도 올해가 가기 전에 끝내야 할 듯하다.
내가 읽은 건 22년도 2쇄본이었는데, 조판상의 문제가 조금 더 해결되어야 할 듯 보였다. 띄어쓰기가 잘못되거나 볼드체 처리가 잘못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덧붙임. 작은 글씨에 대한 근본적 원인: 공동 출간(co-edition, co-production)
1996년 우리나라가 베른 협약Berne Convention(문학 및 예술품 저작물 보호)에 가입하면서 정식 계약을 맺은 번역본만이 출간된다. 이즈음 시기에 갑자기 개정판이 나온 외국 예술 관련 번역서는 일단 한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열화당에서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가, 창비에서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그냥 번역되어 출간된 책들이다. 베른 협약 가입 이후 <서양미술사>는 번역자와 출판사가 모두 바뀌었다. 원서 출판사인 파이돈Phaidon사와 계약을 한 예경 측에서는 번역자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열화당과의 의리를 중시한 최민 교수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예경에서는 새 번역자를 구했지만 이전보다는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삼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열화당 최민 본에 대한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까닭이다. 이와 달리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역자와 출판사 모두 그대로 유지되었다.
Phaidon사는 계약 조건으로 공동 출간(co-edition, co-production)을 요구하였고, 예경은 이를 수용하였다. 공동 출간은 한 번 인쇄를 돌릴 때 여러 언어를 같이 찍어내는 것으로, 주로 유럽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림과 쪽수는 그대로 두고 언어만 바꿔 찍어내는 것이다. 모아쓰기를 하는 한국어로서는 유리함보다는 불리함이 클 수 있다. 알파벳 문화권의 인쇄물은 줄 간격이 좁고, 글자 크기도 작다. 알파벳 낱자를 하나하나 풀어쓰니 가능한 일이다. 개론서 기준 줄 간격 180%, 글자 크기 10.5-11pt를 적용하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기준대로 하기에는 쉽지 않다. 결국 줄 간격과 글자 크기를 줄여 공동 출간을 진행하였고, 지금의 <서양미술사>가 탄생한 것이다. 부차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정판이나 다음 쇄 인쇄 등도 공동 출간에 따라야 하므로 부수 맞추기까지도 해야하니 출판사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24.09.19. -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