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말과 글 - 조선을 대하는 명나라 황제의 두 얼굴
정동훈 지음 / 푸른역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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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명 홍무제, 영락제, 선덕제, 정통제 / 고려 공민왕, 조선 태조, 정종, 태종, 세종 시기의 명 황제의 외교 공문과 말 등을 살핀다. 저자는 고려 말 조선 초 명에 과의 외교를 사료와 함께 찬찬히 읽어낸다. 

외교는 당연히 관료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명의 사신이 대부분 환관, 그것도 조선 출신 환관이 중심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일반 관료를 통해서는 전달할 수 없는 황제의 은밀한 요구(공녀, 말, 매 등)를 환관 사신을 통해 조선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유교를 숭상하는 국가의 황제와 개인으로서의 황제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러한 과정들은 조선과 명의 기록의 불일치를 낳았다. 기록의 나라 조선, 그것도 조선 초에 기록에 손을 대었을 리는 만무하고, 기록에 손을 대더라도 이득이 하나도 없기에 저자는 이 문제의 범인으로 명을 지목하고 있다. 


명의 이러한 이중적 외교에 대응하던 당시 임금과 조정의 고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세종의 선덕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不明之君在上, 세종 13년 10월 14일)이 실록에 실려있기도 하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부터 우리는 중국에 시달려왔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명과의 외교사를 다루긴 했지만, 중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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