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소련사 - 러시아혁명부터 페레스트로이카까지, 순식간에 사라진 사회주의 실험의 역사적 현장
실라 피츠패트릭 지음, 안종희 옮김, 허승철 감수 / 롤러코스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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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이 책이 알라딘 추천 도서로 떴다.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으나 읽으면서 어쩌면 나보다 알라딘이 내 독서 취향을 잘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작년에 읽었던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를 여러모로 보완해줄 수 있는 책이었다. 


소비에트... 보이는 것도 엉망진창이었지만 속은 더 엉망진창, 와르르맨션 그 자체였다. 어느 측면에서는 안 무너지고 그 긴(?) 시간을 버틴 게 용한 수준이었고, 어느 측면에서는 이게 무너진다고? 싶은 수준이었다. 이 책이 아니고서는 접하기 힘든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소련 콤소몰이 중국 홍위병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바보 모자를 씌우고 거리를 행진하게 했지만, 콤소몰들은 성직자와 네프맨의 모형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면서 조롱하고 때로 불태웠다.(p.100)


여기서도 까이는 중국 문화대혁명.. 심지어 중국 문혁이 시기적으로 훨씬 뒤인데... 시간이 지나는 것과 진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이 확실하다.


아마도 볼셰비키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혁명 내부에는 혁명이 끝날 때 자기 자녀를 잡아먹게 만드는 취약한 내적 논리가 분명히 존재하는 듯하다. 러시아혁명과 그 이후의 집단화 과정에서 보듯이 공포가 더 많은 공포를 낳는다는 논리도 존재한다(pp.122-123)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구절. 프랑스도, 러시아도, 우리도 모두 경험한 것이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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