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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시마 유키오.기무라 오사무 외 지음, 김항 옮김 / 새물결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1.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은 아래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묶어서 펴낸 것이다.
三島由紀夫 · 東大全共闘. (1969). 討論 三島由紀夫 vs. 東大全共闘 ―美と共同体と東大闘争. 新潮社.
三島由紀夫 · 芥正彦 他. (2000). 三島由紀夫 vs. 東大全共闘 1969-2000. 藤原書店
三島由紀夫 · 東大全共闘(1969)가 1부로, 三島由紀夫 · 芥正彦 他(2000)가 2부로 되어 있다. 1부는 1969년의 토론 현장 스크립트와 토론문이 담겼고, 2부는 2000년의 토론 스크립트와 토론문이 담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에서 느껴지는 힘의 격차가 상당했다. 1부 안에서도 음성 언어 바탕의 토론 스크립트와 문자 언어 바탕의 토론문에 있어서 느낄 수 있는 차이가 있었다. 2부는 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굳이 읽어야 하나 싶어서 몇 파트만 읽다 말았다.
2. 미시마 유키오... 문제적 인물이다. 전공투와의 토론 1년 뒤인 1970년 일본 육상자위대 건물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할복자살한 것으로도, 신 모 작가가 표절한 것으로도.
2.1. 토론 초반 그는 현재 일본 사회에 만연한 '당면 질서 유지'를 비판한다. 당면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덮어버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천황제를 통한 일본의 혁명을 꿈꾸는 미시마나 당시 대학, 정부와 갈등을 해결하고자 했던 전공투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극과 극에 서 있는 이들이었지만 나름 공통 분모를 확립하려 한 것이다.
2.2. 그는 토론 내내 천황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 원래 천황제는 천황 개인의 퍼스낼러티에 의해 연속되어온 것이 아닙니다. 천황은 하나의 순수 지속이므로 천황의 개성은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p.82).
일본에서의 유일한 혁명 원리는 천황 외에는 없다는 것(p.113)
그의 이러한 발언들을 종합하면 그가 목표로 하는 천황은 현실세계의 천황이 아니라 이데아계의 천황으로 보인다.
2.3. 그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전공투C: 당신은 그래서 일본인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 아닙니까?
미시마: 안 넘어서도 되지. 나는 일본인이고,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일본인으로 죽는다. 이걸로 족한 것이야. 그 한계를 나는 전혀 벗어나고 싶지 않아. 뭐 그래서 당신이 볼 때는 불쌍하게 보이겠지만 말이야. (p.79)
일본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전공투와 일본인 그 자체이고 싶은 미시마. 그들의 입장차가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고, 그동안 미시마의 발언들이 무엇에 뿌리를 두고 있었는지도 잘 보여준다. 일본인이라는 한계에 만족하던 그는 한 해가 지난 뒤 거한 사고를 치게 되는데...
3. 미시마와 전공투. 극과 극에 서 있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당면 질서 유지' 등과 같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천황이나 일본인이라는 한계 등에 대한 입장차도 극명했다. 다만, 토론에 있어서 그들은 모두 진지했다. 반대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상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준 것은 상대에 대한 비판에 귀닫고 사는 현재 우리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24.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