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볼 때 무엇을 기준으로 보나요?"
이렇게 묻는 다면 나의 대답은 "글쎄요...딱히 기준이 없는데요." 라고 대답을 할 것 같다.
정말 기준이 없다.
그림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지도 이제 몇년 되지 않았는데 무슨 기준....
그냥 전시회 갈 기회가 생기면 가리지 않고 가는 편이지만 역시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림을 볼때 확실히 그림을 보는 눈은 조금
빛나게 되는 것 같다. 더불어 생각에도 빛이 난다...
이런 나의 빛남에 또 한번 힘을 실어줄 책을 만났다.
바로 관능미술사...
표지부터 멋지지 않은가?
이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듯...관능적인 그림들의 향연이다.
사실 처음에 살짝 들여다보고 집에 있을때만 읽어야지하고 생각했다. 왠지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데 연말이다 뭐다 하면 차일피일 미루다 근래에 다시 들었던 책을 나도 모르게 가방에 넣고 대중교통에 타고 말았다.
아불싸...내가 책을 열심히 보고 있으니 옆자리 아주머니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이건 예술작품이라구요!!!' 속으로만 외쳤다.
책 속의 그림들은 신화가 모티브가 된 것도 있고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놓고 그린 그림들도 있으며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것들도
있다.
다만 그속에 담겨 있는 그림들이 굉장히 섹시하고 요염하며 관능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이 사는데 몇가지 욕구가 있다.
아주 기본적인 욕구라고 하는데...그 중 하나가 바로 성애에 대한 성욕이라고 한다.
사실 예전 같으면 이런 말들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도 글에 담는 것도 안되었고 검열에도 철저하게 걸러지도록 했었다.
그러고 보면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린 참 행복한 것이 아닐까? 어느 정도의 선안에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물론 지난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왔던 그런 어이없는 사이트들은 없어지는게 맞겠지만...이말이 이해되시지 않는 분들은 12월 26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살짝
검색해 보시길..)
책엔 총 6개의 장에 걸쳐서 서양미술 속 성애의 역사에 대해서 살펴 볼 수 있다.
역시 첫번째는 비너스...조개에 서있는 비너스 다들 잘 아시는 그림일 것이다. 나도 비너스하면 이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르니까...근데
그녀가 이쁜가? 난 그런 의문이 항상 있었다. 가장 균형잡혔다고 하니...그러려니..여튼 그녀가 서있는 모습은 절대로 실제론 서있을 수 없는
구도라고 한다. 그 구도는 작가의 상상이라나....역시...이건 실물이 아니었어~~~
그리고 두번째 장에선 신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성애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로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런데 '이정도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놀랐다. '아..역시 자꾸 새로운 책들을 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는...
물론 제일 충격은 큐피트였다. 책을 보시면 알겠지만...귀엽기만한 아이가 아니라는거~
세번째는 화가들이 사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그말리온을 여기서 더 자세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말은 자주 들었는데..딱히 찾아본적
없는 나로선 이렇게 알게되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가와 모델들간의 애증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그래...뭔가
생길 수 있지..암...'
네번째는 구체적인 행위 중 키스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흠...내가 좋아하는 크림트의 키스도 한자리 당당하게 점하고 있다.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크림트 전에서 유디트만 봤다. 사람 엄청시리
몰려있을때 좀 뒤에서~) 아는 분이 실크스크린으로 만들어 집 한쪽 면을 장식하셨던 것을 봤는데...왠지 경건해졌었다고 해야하나...진짜 너무
좋았었다.
사실 굉장히 키스 그림들은 사랑스러웠다.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관능이아니라 큐트에 가까웠던 것 같다.
다섯번째는 정말로 그들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사실 이 부분부터는 절대로 대중교통 안에서는 못보겠어서 집에 와서 봤다. 너무
노골적으로 옆에 앉아 있는 분이 눈총을 주셔서..'쳇..예술 작품이라구요!!!'할뻔...내가 쳐다보니 슬그머니 눈을 피하셨다는..ㅋㅋ
이 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옷괘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었다. '흠..정말 독특해...'란 생각이 들었다.
여튼 포르노그라피..와 불륜 매춘...부제만 들어도 대충 감이 오실 듯~
여섯번째는 마무리다. 다만 첫 시작은 조금 다른 형태의 관능과 사랑이다. 동성애나 근친상간..
여전히 인정받기 어려운 동성애..그당시에도 두 부류로 나뉜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근친상간...이는 우리나라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서양에서는 공공연히 이뤄졌었다. 그로 인한 폐해에도 불구하고..참 독특한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잘못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왜 그랬을까란 생각이 들정도로...
그리고 역시 마지막은 그래도 사랑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모든 것의 시작은 사랑에서부터 이니 말이다.
"만물의 탄생 신화에
사랑(에로스)의 존재가 불가결했던 것처럼(제2장 큐피트 참조) 사랑이야 말로 모든 사물이 탄생하는 원동력이다."(p248)
책을 통해 난 모든 미술 작품엔 또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겠지만 그림을
보는 눈을 틔우기 위해선 기본적인 것에 대한 지식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다시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