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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숨겨진 과학 - 노래하고 낄낄대는 동물 행동에 대한 이해
캐런 섀너 & 재그밋 컨월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3년 5월
평점 :
어린시절 가축들이 늘 나의 곁에 가까이 있어서인지 나는 늘 동물을 종하했고 여건만 된다면 키워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 사람보다 더 진하고 깊은 사랑과 관심, 우정을 주었던 메리라는 이름을 가졌던 개 그 개가 채 몇 해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내 곁에 있었지만 아직까지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데 나를 사랑하고 존재 그 자체를 반가와 해 준 고마움은
결코 잊을 수 없을것이다. 또 커다란 덩치에도 순하고 선한 눈빛으로 끔뻑 거렸던 소와 함께 했던 기억, 닭장 속의 병아리와
닭들이 하룻밤 사이에 닭장을 물어뜯고 잡아 갔던 소름끼친 날의 기억, 박새가 헛간에 알을 까고 돌보다 인간의 왕래를
알아 내고는 더이상 오지 않았던 일... 어린시절 경험한 곤충이며 커다란 포유류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사전들은 성장한
나에게 지금까지 동물에 관한 관심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조류탐사를 즐기며 하천이나 숲을 찾아 곤충의
다양한 모습과 생태를 엿보는 즐거움을 아이들과 누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동물을 좋아하고 그들의 생태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배우기를 원하는 내게 큰 만족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것 저것 무차별로 질문을 해 대는 우리 아들의 질문에 궁색해지고 당황하는 일이 흔한 내게 지식의 열정과
그 가치를 일깨워 준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저자들은 신경심리학자로 동물 연구를 수행하며 야생보호 자문역도 맡는 등
활발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갖춘 캐런 새너 박사와 신경심리학과 교수로 신경동물행동학의 세게적 권위자로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한 최초의 학자로 동물의 화학적 감각체계에 업적을 쌓은 재그밋 컨윌 박사이다.
그동안 읽을 책들을 통해 꾸준히 동물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수치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세밀한 집중력을
통해 얻어지는 일인가를 아는 나로서는 두 학자의 경력에 사실 호감이 먼저 갔다.
이 책은 크게 감각, 생존, 사회화 라는 세 그룹으로 나뉘어 동물의 삶을 분석하고 있는데 각 내용이 내가 갖고 있던
호기심을 과학적으로 잘 해석해 주어서 물론 좋았지만 그보다 왜 그러한 연구가 인간인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왔다. 가령 진동과 전기로 가득찬 세게를 읽을 때 쓰나미, 지진, 화산,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인간의 지혜와 지식으로 쌓아 올린 건물들이며 사회가 순식간에 초토화될 때 이러한 자연 상태를 먼저 감각으로 느껴
재빨리 피신할 수 있었던 작은 동물의 감각에 놀라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해 내어 그것으로
낯선 먼 곳에서도 원래 살던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 온다는 비둘기의 얘기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비둟기 외에
기러기 무리며 심지어 먼 바다를 건너는 황제나비에게도 이러한 자기장이 영향을 끼치다니 인간의 감각으로 느끼지
못하는 제 3세계의 감각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혀 속에 미뢰를 가져 그것으로 맛을 느끼는 인간과 달리
더듬이나 다리로 맛을 느끼는 동물의 특별한 소통은 마치 가까이 있는 외계인을 보는듯하다.
제 2부의 생존에서 특히 관심간 부분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사회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학부모로써 학교와 관련된 내용을 듣다 요즘 학생들에게 학업 스트레스가 초등학교 때부터 많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데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것과 미래를 위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의 조화가 제대로 되지 못할 때
지나친 학업에 대한 타인의 압박으로 나타나는 학업 스트레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때라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나 하는 조언을 받은것 같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뇌 속에 있는 해마의 신경 발생과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동물 실험을 통해 뇌에 새로 생성된 신경이 사회적으로 관련된 공격자를 기억하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회피 행동을 조절하도록 해 준다는 가설을 세운 것에 관한 내용등을 소개한다. 우리 인간도 동물의 한 부류라는 생각을 잊지 말고 동물 실험이
의미하는 바를 통해 배우고 깨달음을 갖게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과학적 분석의 내용들은 내게 많은 생각과
행동의 지침을 보여준다. 동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멀리 있는 소통이 안되는 상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자신에게로
몰두하여 좀 더 진지하게 자신이 가진 시간과 자원을 활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말하듯이 아직 동물의 내부 세게를 우리 내부 세게의 연장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새로운 시각으로 동물의 세게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와 같은 새로운 이해와 관점이 모든 생명체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 믿고 거기서 가장 큰 도움을 받는 것은 우리 자신일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
최근 인문학의 열풍이 교육계, 과학계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는데 이러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진정
우리의 내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추천하고 싶은 양서이다.
나 또한 몇 번을 더 읽고 내용을 나름대로 잘 숙성시켜서 나의 삶을 돌아보는 동시에 동, 식물에 질문을 잘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도 좋은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고맙고 반가운 책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