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사기를 당하다 탐 철학 소설 4
김종옥 지음 / 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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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사상은 기회가 되면 좀 더 배우고 깨닫고 싶은 내용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세상 모든 학문이 그러한 매력을 조금씩 지녔

지만 내가 장자라는 인물을 좀 더 알게 된 것은 사실 2년 전 쯤이다. 어떤 책에서 그의 짧은 말 속에 담긴 내용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리도 인생을 제대로 표현하는가 동시에 그것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할까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 것 중에 내 마음에 남는 몇가지 말은 다음과 같다.

 

-장자-

노나라의 술이 묽으면 한단이 포위된다.

(삶의 본질은 부조리)

 

좋은 일이 이루어지려면 시일이 걸리고 나쁜 일은 쉽사리 고칠 수 없다.

(열심히 살아도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다. 항상 엄숙한 마음을 갖을 것)

 

매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

(세상사를 크게 보면 본질이 다르므로 모든 비교는 크게 의미가 없다)

 

모장과 이희는 사람들들은 미인이라고 하는데 물고기는 그들을 보면 물 속으로 깊이 숨는다.

(절대불변의 규칙 없음, 시간, 장소, 대상, 상황 등에 따라 변하는 것)

 

한 몸에 있는 간과 쓸개도 멀리 떨어진 초나라와 월나라 같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생각을 달리하면 세상의 모든 일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훌륭한 요리사가 매년 한 번씩 칼을 바꾼다.

(드러난 겉모습이 아닌 그 안의 본질을 볼 것. 세상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고 듣기)

 

이렇듯 장자의 말은  시대를 달리했는데도 짧은 말일지언정 깊이 생각하고 곱씹게 만드는 울림을 갖고 있어

나는 기회가 되는대로 그에 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자 했는데 이번에 올해의 청소년 도서임과 동시에 아침독서신문

선정의 추천도서가 된 장자, 사기를 당하다 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사기를 당한다는 말에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이 일면서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내용이 술술 읽히는 것이 어렵게만 생각해 온

한자 가득한 고대 사상을 배워야 한다는 두려움의 먹구름을 한꺼번에 밀어내어 주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장자, 공자, 맹자, 혜시 등 고대 중국의 사상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현시대의 한 마을... 그곳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듯

멀리 느껴졌던 인물들은 참으로 평범하게 그지없이 장사를 하는가하면 각종 직업에 임하면서 나의 눈높이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등장한다. 앞서 말한 장자의 삶에 관한 내용을 들으면서 내 마음이 왜 그리 위안을 받았는지 하나 하나

다시 확인받는 느낌이었다. 공자며 맹자 등과 친구가 되어 삶의 희로애락을 주고 받는 이들의 각기 다른 인생에 대한

관점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을 겪고 있다는 연대감까지 생겨 더욱 세심히 이 철학 소설의 이야기와 그것을

말한 실제 장자의 글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음 속의 더러움은 보지 못한 채 눈으로 보는 오물만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꼬집어 말하는 장자의 더 넓은 차원에서의 관점은 어느덧 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고

친구 혜시의 갑작스런 죽음의 충격에 참으로 태연하고 오히려 춤까지 추는 기묘한 모습에서는 그가 말한 삶과 죽음이

같은 영역이라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도 거부할수도 없는 오묘함에 나를 빠뜨려서 더 깊이 사색하게 만들었다.

 

8살 된 위 큰아이에게 이 책을 자기 전에 읽어 주었더니 그 다음날부터 혼자 읽어 내려갔다.

글자 수도 많고 그림도 없는데 어떻게나 혼자서 잘 읽던지 기특하면서도 궁금해서 재미있냐고 어렵지는 않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의외로 재미있고 다 이해된다고 말했다. 아이의 말이 다 사실일 수는 없겠으나 장자라는 인물이 공자와는 달리

어떠한 규범보다는 자연 그 자체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인생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것만으로

아이가 이 책을 반 이상 읽은 것을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이 책의 끝 부분 표지에 보면 탐 철학소설 시리즈로

공자, 퇴계, 루소, 아인슈타인, 푸코, 플라톤에 관한 책도 소개되고 있는데 아이야게 이러한 고전 양서를 앞으로도 계속

읽히고 싶고 이러한 좀 더 쉽게 철학을 접할 수 있는 책이 나온 것에 깊이 감사하게 생각한다.

' 장자 사기를 당하다' 이 책은 속도에 비해 사색이 쳐지는 느낌의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 삶의

본질을 찾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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