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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웅
심은이 지음 / 푸른향기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 고등학교 때 낯선 도시로 이사한 후 이상하리 만치 나는 그곳을 벗어나 다시 산골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많이 먹었었다.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인간 관계, 내 의도와는 다르게 소통하고 있는 촛점을 맞출 수 없는
아이들의 시선, 점점 소외감을 많이 갖으면서 내 마음 깊숙히 이곳을 벗어나 다시 자연이 숨쉬는 곳으로 갈 수
있기만을 바라며 때때로 소외된 내 자신을 꿈 속에서 만나면서 점점 무미건조해지는 삶에 지치고 끝없이 잠 만
자고 싶어졌다. 그래서 학교에 거짓말을 해 가며 아프다는 핑게로 하루 종일 바닥에 뒹굴기도 하고 잠자려고 애써
보기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 무렵부터 어두워 지는 내 마음과 함께 죽음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한 번은
모든 사람들에게 무관심 해 져 버린 나의 삶에 아무런 가치도 발견하지 못한 듯 수면제를 많이 먹어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은적도 있었다. 삶은 무엇인가? 죽음은 또한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사춘기의 예민한 감성과 함께 찾아온
집요한 관심은 그 후로 늘 나에게 의문을 남기며 그것에 대한 답을 찾게 만들었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주부가 된 후 좀 더 값진 삶, 어쩌면 더 값진 죽음을 위해 나의 하루들은 긴장하고
있는것 같다. 이 책 아름다운 배웅을 집어 들었을 때도 왠지 그런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였을것이다.
장례지도사라는 이색적인 직업을 가진 저자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고인들이 산 사람들에
의해 너무나 쉽게 물건처럼 다루어지는 광경을 보고 스스로 먼길을 가시는 분들을 잘 모셔드리고 싶은 생각에 장례지도사라는 과정이 대학에서 새로 생기자 입학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변의
영향이 큰 데 저자 심은이씨에게는 카톨릭 교회에서 봉사하셨던 어머니의 지지가 컸던것 같다. 자신의 딸이 낯선 길을
가는데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많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에서 저자의 어머니는 참 훌륭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은 그 길에 대해 도전도 많이 받고 때로는 타인들의 비난으로
상처받을 때도 있는 데 무엇보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을 다하고 이 생을 떠날 때 좀 더 아름답고 편안하게 보내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자신의 일에 임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또한 사람의 다양한 마지막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해 나 자신도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되어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남편과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어린 두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인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가 관심이 많았던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어떤 주부의 죽음에서 장성한 아이들이 간이 악확되어 얼굴까지
검게 되어 죽은 어머니를 보면서 하는 말이 편안히 가시라고 말하면서 다시는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얘기는
사실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자신을 태어나게 해 주고 어렸을 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 때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주고 살려내고 키워낸 엄마에게 왜 그런 얘기를 해야 하는지.... 또한 엄마는 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는지... 섬뜩한 마음에 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지 고민이 깊어졌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세상에 태어
나고 또 그 생을 마치고 모두 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가진 모든 것들을 그대로 남긴채 육체를 떠난 영혼은 무엇으
로 남을 것인가? 가슴아픈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가령 빛을 보지 못한 태아라던가 무정한 부모에 의해 저항한 번 하지 못하고 죽어야 했던 어린 아기들... 어떤 죽음이 슬프지 않고 아프지 않을까마는 부모된 내 입장에서 어린 아이들의
죽음은 너무나 슬펐다. 좀 더 현명했더라면...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화목하게 살았더라면... 하는 마음에 읽으면서 솔직히 남의 일 같지 않아 눈물이 흘렸다.
그러나 죽음이 그렇게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다. 누구나 한 번 씩 겪어야 할 헤어짐, 이별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좀 더
아름답고 지혜롭게 받아 둘이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여 나의 삶 자체도 어찌보면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한걸음씩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부터 ..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시골에서 떠나 낯선 도시로 이사왔을 때 내 마음에 암흑, 어두움, 두려움이 많이 생기면서 찾아온 죽음이라는 단어가 좀 더 편안한 말로 이 책을 통해 다시 찾아온 것 같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삶과 연장선 상에 있는 죽음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더 넓게 살아 있는 현재의 시간들과
공간을 통찰력있게 바라 볼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듯하다. 타인들이 낯설어 하는 자신의 직업에 큰 의미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저자의 자세가 무엇보다 깊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