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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이야기
브리기테 윙거 지음, 윤혜정 옮김, 박초목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우리 큰아이가 어린이집의 한 아이에 대한 말을 많이 한답니다.
그 아이가 친절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괴롭히고 넘어 뜨리는가 하면 놀리기도 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죠.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날이 한 번도 없을 정도였어요. 엄마의 입장에서 어린 아이들이니만큼 단호하게 말할 수 없어
그냥 지켜보면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그 아이를 만나 우리 아이 현진이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며
너는 참 재미있고 똑똑한 아이 같다는 말로 칭찬해 주기도 했죠. 물론 제 마음 속엔 비록 어린 아이였지만 그 아이에 대한
경계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우리 아이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그 아이의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어린 아이라 해도 용서하기 어려운 폭언들... 그 말들은 도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배운 말들일까요?
우리 부부도 아이를 존중해서 결코 쓰지 않는 안 좋은 말들을 듣고 왔다니 몹시 불쾌하기도 했지만 그 외에 아이를
일부러 넘어 뜨리게 한다거나 끔찍한 말을 하는 것에 경고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오늘이 금요일이라 그 아이의 부모님과 통화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선생님과 좀 더 상의를 하고 저는 그 아이의
부모님과 좀 더 진지한 이야기,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왜하느냐? 부모로써 제가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이렇게 큰데 아이에게 있어 이런 힘과 굳건한 자기편이
되어 주는 존재가 없다면 어찌할까 하는 막연한 공포도 제 삶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존재가 그렇게
중요한 것처럼 부모에게 있어 아이의 미래와 삶에 대한 책임감고 염려는 삶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사안인것 같아요.
여기 이책... 안톤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런 한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진정 내 아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다른
아이를 존중하는 것을 더욱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안톤은 이제 아홉살인 고아 소년이었습니다.
아이가 네 살 때 맡겨진 핑크 하우스는 스물 다섯 명의 고아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낡고 큰 건물이죠.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유아기에 그의 옆에 있었던 엄마의 존재는 안톤에게 잊혀져 있었습니다.
너무 어려서였겠지만 자라나면서도 안톤.. 그러니깐 톤치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 아이에게 있어 엄마의 존재는
잊혀지고 싶으면서도 잊을 수 없는 그런 강력한 대상이었어요. 네 살 이후의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까요?
우리 큰 아이가 여섯살인데 이렇게 제가 어린이집 아이의 일로 고심하고 행여 다칠까 마음이 상할까 걱정하며
키우는 아주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톤치의 모습이 그대로 우리 아이의 모습 속에도 투영되고 있어 안쓰러움이
더욱 많이 제 마음에 몰려 오네요. 다시 한 번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 외의 다른 환경... 즉 부모가, 엄마가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보며 따스하고 측은한 마음.. 무엇인가 내가 도움이 될 것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답니다.
핑크 하우스의 아이들 중에 다행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 톤치에게는 엄마가 있습니다. 정말 다행하게도요..
비록 엄마가 아프고 재봉일을 하면서 아주 작은 아파트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 엄마의 모정은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죠. 자식을 위해 무엇인가를 항상 해 주고 싶고 삶의 거름이 되고자 하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열정의 불꽃을 가진 사랑요...
젊은 엄마에게 어떤 일이 생겼던 간에 톤치의 엄마는 그 모든 일을 즐거움으로 바꾸며 아이와 함께 하는 것으로
기뻐하며 삶에서 행복한 것들을 찾아 나갑니다. 톤치의 쓸쓸했던 마음.. 자신감 없고 슬픔과 고독했던 마음들이
점차 그 아이가 좋아했던 푸른 하늘처럼 밝아 지는 것을 보면서 저도 미소가 생겨나면서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고픈 마음이 생기네요... 우리 아이와 갈등을 빚는 그 아이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고픈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니...당연히 우리의 희망인 어린 아이들을 그렇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세상에서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 또한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실감나게 전해 들은 안톤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