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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왕 ㅣ 초록잎 시리즈 3
우봉규 지음, 이형진 그림 / 해와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첫 표지에 무서운 여우의 반쪽과 함께 아름다운 여자이지만 무시무시한 느낌이 나기도 하는 사람이 동시에 나온
모습은 왠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독특한 모습 때문에 이 책을 더 읽고 싶기도 했죠.
옛날 자주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생각나기도 하고 여우와 인간의 모습을 모두 갖출 수 있는 신통한 능력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했죠. 첫장부터 마을 사람들이 많이 죽거나 다쳐서 떠나고 마지막 남은 바람이네의 이웃
바우네까지 떠나자 그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홀로 마을을 지켜야 하는 공포가 전해졌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한국전쟁 중으로 배고픔과 여우의 습격으로 인한 마을 전반에 감도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대부분의 사람은 차라리 마을을 등지고 새 삶을 향해 떠나죠. 사실 새 삶이라고 해도 그 전쟁 중에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을테지만 앉아서 당하느니보다 차라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들이 많아 동네 사람들은 가죽과 사람을
죽이는 여우들을 피해 이사를 갑니다. 그러나 바람이네 만은 생각이 달라요.
주인공 바람이는 아버지에게 이사가자고 졸라보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가 있고 눈을 다쳐 앞을 보지 못하는
누나가 있는데다 떠나면 정착할 때도 없다는 불안에 차라리 마을을 이지경까지 몰고간 여우왕을 찾아 죽이려 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게 되지요. 그리고 이들의 용기와 모험 두려움과 대적해 나가는 모습이 흥미 진진하게 그려졌네요.
마치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도 하고 인간이 지배하는 자연계의 다른 수많은 생명체들의 슬픔과 고통을 대변해 주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바우네가 떠나는 바로 그날 밤 아버지는 남아 있는 신선초의 헤아리며 신선초를 구할 수 없을
때가 곧 온다는 것을 직감하고 하루 빨리 여우왕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홀로 어두운 밤을 뚫고 여우왕을 만나러
갑니다. 남아 있는 바람이와 누나는 바람소리, 여우털의 냄새같은 곳에 촉감을 곤두세우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죠.
그날 밤은 왠지 여우의 울음 소리도 나지 않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지혜로운 누나는 서둘러 바람이를 데리고
떠날 채비를 합니다. 그리고 들이닥친 여우떼....바람이와 누나는 과연 인간을 몰살시켜 자신들 종족의 원수를
갚으려는 여우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요? 총이나 다른 현대적인 장비도 없이 오직 여우들이 두려워하여 피하는
신선초만 의지하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읽는 내내 다음 내용이 궁궁해져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더군요.
한편 인간등 다른 존재로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여우왕을 죽이기 위해 떠난 아버지는 깊은 산골에서 혼자 사는
노파를 만나죠. 그 노파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몰라 한층 내용이 궁궁해졌는데 노파가 준 여우왕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칼을 갖고 떠난 아버지가 두번째 만난 노파의 며느리에 대한 내용에서는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한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아는 최고의 미녀를 떠올려 보기도 했답니다.
어우... 정말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 것 같아요.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도
머리로 인지해도 쉽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데 남자는 더 했을테니 여우왕의 심리전이 참으로 탁월하다는
생각까지 미치네요. 수많은 사람을 죽인 여우왕과 대면하고서도 용기를 읽지 않은 바우의 아버지는 여우왕과 함께
낭떠러지에 떨어짐으로써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누나를 엄마의 무덤앞 나무 위에 두고 홀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바람이의 또다른 모험은 마치 sf 영화를 보는것 같기도 하네요.
여우왕에게 잡혀 정신, 영혼을 잃고 그의 부하가 된 괴물들 사이에서 희귀하게 변해 가는 바람이의 모습에서
현대 과학 문명이 생명체의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인간의 유익을 위해 개발되는 유전적 변형에 대해 절로
비교하게 됩니다. 자연의 대반격이라고 해도 될만큼 바람이의 끔찍한 변신은 두려움을 갖게 하죠.
다행히 아버지를 미끼로 속여 여우왕을 다시 만나게 되고 여우왕은 아버지의 칼날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게 되지만 누나 꽃님이로 갑자기 변신한 여우왕을 아버지는 참으로 죽이지 못하네요.
알면서도 말이죠... 미흡하긴 하지만 여우왕의 복수는 인간에게 희생되는 동물 종족들의 반격을 보여 주는 셈이되고
이로 인해 사냥꾼이었던 아버지가 농부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읽는이들 또한 같은 생명체로써
지구상의 다른 동물 종족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것 같습니다. 적어도 인간이 과도한 욕심을 부려 자연계를 해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인간 또한 곳곳의 자연재해, 원인을 찾지 못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공포 등으로 인해 점점 이전과는 다른
환경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을 거의 없을테니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