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괜찮아 - 승가원 아이들의 행복한 도전
고혜림 지음, 민경수 사진 / 조선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큰아이가 승가원에 소속된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금년 초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바로 뒤에 산이 있어 일단 환경이 좋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어린이집 내부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자연물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잘 만들어져 있는데다 처음 만나본 부원장님의 마인드가 좋아서 마음에 안심이 되었지요.

그리고 이제 10월... 아이는 어린이집도 즐겁게 다니고 알찬 교과과정, 따스한 선생님들의 지도에 힘입어 몸과 마음이

많이 성장한 것이 느껴져요. 어린이집에서 가끔씩 승가원 소식지를 보내 주는데 사실 제대로 읽지는 못했답니다.

몇 년 전에 가입한 봉사 카페에 승가원이라는 곳이 있어 그냥 그런 곳이 있구나 하면서 스치고  지나갔었는데

아이가 여기 소속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아직 한 번도 가 보지는 못했답니다.

봉사한다고 마음만 먹었지 실천은 거의 못하고 살았어요...

어제 밤 가족들이 모두 자는 밤 이 책... 조금 느려도 괜찮아를 읽기 시작해 새벽까지 읽고 다시 아침 식사 끝나고

아빠는 직장으로 아이들은 어린이집으로 간 사이 남은 부분을 모두 읽어내려가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따스한 감동과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듯한 소망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그들 각자의 마음에 또다른 세계를 만들며 사라가는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 ... 이 책은 사진 동아리를 시작하는 승가원 아이들의 호기심과 설레임 그리고 사진 전시회를 열기까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오고 그 삶을 누리는 지를 보여 주고 있네요. 승가원은 장애 어린이를 돌보아

주는 사회 복지 기관으로 이곳에 들어온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정신지체 등으로 인한 자신만의

생각 속에서 사는가 하면 몸의 일부가 없거나 불편하여 또 다른 기관들을 활용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네요.

특히 이 책속에 주인공처럼 제일 많이 등장하여 제게 그 열정, 노력으로 마음을 잡고 놓지 못하게 한 아이... 태호는

무려 8가지의 장애가 있습니다. 태호는 양팔이 없는 몸에 입천장이 갈라져 있고 폐와 심장이 약해져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게다가 팔도 손도 없고 그나마 붙어 있는 다리도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넓적다리 뼈가 없었고 종아리뼈는 양쪽 다 없었습

니다. 그렇게 여덟가지 중증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입천장이 갈라져 제대로 먹을 수 없어 코로 영양을 공급받았다고 하네요. 누가 봐도 삶이 힘겨워 보일 이 아이의 미래는 놀라운 일의 연속이네요.. 정말 기적이 이렇게 사랑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

가슴으로 팍팍 느껴지는 사진과 글들속에 빠져 제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써

가날픈 숨을 내쉬고 꼬물꼬물 몸을 움직이며 존재를 나타내는 그 모습이 너무나 눈에 선하게 들어옵니다.

병원에서조차 포기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두고 탄생때부터 염려하며 10년을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한 이 아이...

미혼모의 엄마에게 단 한 번도 보여지지 못하고 안겨보지 못한채 버려졌던 이 아이...

그러나 장애 아동시설인 승가원에 오면서 가족이 생겼습니다. 끝없는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엄마들과 원장 스님의 관심속에

이곳에 온 태호와 같은 아이들은 세상을 알아가지요.

태호가 엉덩이를 밀며 스머프 노래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식사도 하고 심지어

글을 쓰고 그것을 동생 성일이에게 가르쳐 주는 모습이 제 마음에 들어와 박혀 버렸습니다.

초등학생이지만 키는 82cm, 몸무게 12kg인  어린 아기와 같은 태호는 자신에게 닥친 많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놀라울 정도의 밝은 마음과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로 네 발가락의 두 발로 헤쳐나가고 있네요.

" 태호야... 넌 잘 할 수 있어.." 혼자 말해 보았답니다.

 만약 그 아이를 만나면 저는 눈물이 흐르기부터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의 영롱하고 씩씩한 눈빛을 마주하는 것 같아 어느새 눈물을 훔치고 있네요.

제게는 이런 감동을 주지만 태호는 너무도 담담하게 엄마들이 새로운 햇님실로 향하는 아이를 걱정하는 것을 오히려 위로하고

안마해 주며 새로운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장애인 시설 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옮기고 그곳에서 반 회장을 맡기도 한

태호에겐 분명히 특별한 마음의 힘이 있는것 처럼 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일본인 오토다케가 쓴 오체불만족을 읽었던

기억이 문득 문득 떠올랐습니다. 오토다케도 심각한 장애였지만 일반학교의 생활에서 밝고 즐겁게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마찬

가지로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학생이었죠. 그 책에서 오토다케는 말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합교육시키면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가 된다고.... 저도 그 때 그의 주장에 공감을 했었는데 태호가 일반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다시 우리 주변의 장애인들의 삶과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배려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이 책 곳곳에 담긴 진정 느림의 미학을 아는 소중한 이들의 미소와 행복으로 인해 저 또한 삶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별히 깊은 인상을 주었던 부분을 조금

옮겨 보고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아무래 하찮게 보이는 사람도 모두 인권이 있는 소중한 생명입니다.

여러 사람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아닙니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사회가 진정 행복한 사회이지요. 비록 한 명이라도

그 친구가 부족함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승강기를 놓는 공사 현장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종암초등학교 친구들은 태호가 전학 오기 전부터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무언지 배우고

있었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 75쪽 인용-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때 이 가을날의 낙엽처럼 더욱 곱고 아름다와 질 것 같네요...

         저도 좀 더 관심을 갖고 기회가 되는대로 봉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

     이 승가원 아이들의 삶을 다룬 책은 시간의 속도를 조금 느춰 주변을 경관하게 했고 그 무엇보다 값진

     행복한 마음이 제 속에 들어오게 한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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