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 위의 롤라
아네테 미어스바 지음, 슈테파니 하르예스 그림, 김완균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사실 우리나라처럼 이혼율이 높아진 나라에서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 성장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실화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한 때 나의 학창 시절에도 그런 불안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더욱 가까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주인공 롤라가 사는 물 위 주거환경과는 다른

곳에서 자랐지만 아빠의 갑작스런 사라짐과 함께 그 추억을 간직하고 다시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소녀의

마음이 진하게 다가와 오래된 기억을 다시 꺼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 부모님은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 많이 다투셨다.

사실 많이라기 보다는 항상 같은 상황에서 다툼이 일어 그 강도가 컷고 개선이 어려워 보였기에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아빠는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이셨지만 술만 마시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셨다.

나는 늘 그게 두려웠다. 아빠의 폭력은 우리 가족 모두 두려워했고 특히 엄마는 그것을 진저리 나게 싫어하셨다.

엄마는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낯선 사람으로 변해 횡포가 시작되면 어린 우리들을 데리고 옥수수 밭에 숨기도

하셨고 이웃집에 도움을 구하러 가기도 했고 때때로 그 집에 머무르기도 했다. 나에게는 그 일이 창피하고 슬펐던

과거로 남는데 특히 엄마의 울음은 지금까지 내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이다. 여하튼 여기 책 주인공 롤라와는 다른

가족 사연이지만 그래서 우리 가족은 3-4년 정도 흩어져 산 적이 있다. 이혼은 하지 않으셨지만 두 분은 따로 몇 년을

사셨고 서로를 비난했으며 그 불행의 짐은 나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롤라는 어땠을까?

이혼이라는 법적인 과정이 없었지만 어느날 사랑하는 아빠가 자신에게 예고도 하지 않고 사라졌을 때 얼마나 큰

충격과 오랜 고통이 있었을까? 부모의 헤어짐은 그 자녀에게 정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롤라 아빠가 왜 갑자기 사랑하는 아이를 두고 떠나야 했는지 왜 가족을 그대로 남겨 두었는 지 어린 롤라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이자 의문이 되었다. 그 영향으로 아이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며 자신의 속 마음은 모른채

깨끗하지 않다고 놀리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어갔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들려 주는 열린 이웃 졸름젠 할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것이..

나는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따뜻한 호호 아줌마가 되려고 노력한다.

내가 읽은 몇몇의 책들이 가족으로 인한 상처와 기타 다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들이었는데 그 것들을 읽어서

인지 실제적인 나의 삶에서 내 마음은 나의 작은 친절과 말들이 주변의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행복을 조금이라도 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롤라와는 다르게 또 다른 남편에 대한 기억과 삶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엄마...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롤라 엄마는 그녀에게 친절하고 도와주기를 아끼지 않는 쿠르트라는 수의사와 가까이 지낸다.

어른들에게 가까이 지낸다는 의미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

아직 아빠를 잊지 못하는 롤라에게 엄마의 곁에 맴도는 쿠르트  씨의 친절은 불편하기만하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롤라는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가 스스로를 가둔 시간 속에서 벗어나 자신과는 다른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레빈이라는 친구를 통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환경과 독특한 기억들이 인간사에 의미를 남기는가?

어떤 아이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행복이 다른 아이에게는 갈망해도 얻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보이고...

어쩌면 롤라는 점점 그런 상황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마음의 빗장을 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읽는 내내 롤라 아빠, 쿠르트 씨에 대해 궁굼했었는데 졸름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두 사람과 엄마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도 비슷한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이런일이...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어린 아이가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섬세한 표현들도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 풍부한 어휘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글들도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책이다. 아래 잠깐 그런 심리 상태를 표현한 말을 옮겨 보려 한다.

 



 

고양잇과 동물들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포유류에 속한단다.

그 말은 고양잇과 동물들도 우리처럼 새끼를 낳아서 젖을 며여 키운다는 뜻이지 

롤라는 천천히 눈을 들어 포유류에 속하는 또 다른 동물로 무엇이 있을 지를 묻는 선생님을 쳐다 보았다. 그 순간

선생님이 오늘도 역시 펠레가 결석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그러는 데에는 뭔가 부당한 이유가 있는게 분명했다. 롤라는 그게 무엇인지 밝혀내고 싶었다.

열린책들... 완두콩 위의 롤라 (86쪽 인용)

 


이 책 완두콩 위의 롤라는..........

성장하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와의 헤어짐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과 고통을 어떻게 치유해 나가고

다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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