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형랑
최정금 지음, 이부록 그림, 안지미 꾸밈 / 해와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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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때 가족들을 만나면 제가 책 재미있게 읽었던 얘기를 자주하고 책 선물도 하고 그러다 보니 오랫만에 만나는 친척들이

읽을 책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 책 비형랑을 읽으면서 우리 둘째 형부 생각이 많이 났답니다.

형부가 책을 읽고 싶은데 뭐 재미있는 게 없냐고 물어서 어떤 책을 소개해 줄까 고민했는데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읽는 것이 개인의 취향마다 다 달라서 재미를 느끼는 종류도 다르긴 한데 제게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책을 잡고 나서 놓지 않고 읽어 내려간 그런 책이었거든요. 그리고 읽는 도중 제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 사람들의 아픔이

함께 느껴져 그들의 슬프고 억울한 혼들을 만나게 된 것같아 시대를 넘어선 공감을 느끼고 이야기에 심취되기도 했죠.

어쩌면 삼국유사에 이런 절대 변하지 않을 듯한 신분의 벽을 깨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자 했던 이들의 글을 실을 수

있었을까하며 감탄도 했답니다.

 

이 책 비형랑은 삼국유사의 도화녀와 비형랑에 실려 있는 글에 실려 있는 죽어 귀신이 된 아버지와 산 사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의 사람으로 나옵니다. 귀신을 거느리고 노는 아이의 이야기가 짧게 소개되어 있다고 하는데 작가 뿐 아니라

제게도 호기심과 궁금증이 더해 지더군요. 작가는 이 귀신의 아들 비형랑의 이야기를 통해 옛 선조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며 작품의 무대가 되는 두두리 들판 위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의 외침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 글이 없던 신라 시대가 이 작품의 배경인데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우리말을 적던 이두를 사용해 부리랑을 이두 표기법에 따라 한자로 적은 것이 비형랑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부리는 자신의 존재며 부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궁전에서 살게 되

죠. 그는 얼굴도 모르는 부모에게서 받은 단 하나의 유물인 간검을 들고 복숭아 나무 아래서 시간을 보내다 우스꽝스런 도깨비

를 만나게 됩니다. 그 도깨비 이름은 길달..  이 책에서 길달의 역할이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어쩌면 이렇게 구수한 사투리, 붙임성 좋은 성격인지 읽는 내내 길달의 말이 재미있어 따라하기도 했답니다.

여기 잠깐 길달의 말을 옮겨 볼께요.

 



 

 .  에헤, 겁내지 마라카이, 니 눈까리가 더 무섭데이

 . 거 봐라. 내는 보통 사람 즈슥한테는 안 빈다.

 . 맞다. 내도 답답해 디지겠데이. 뭔 사설이 그리 긴교? 팍 간추리가 알맹이가 쏙 말해보소 마. 부리는 사람인교, 구신인교?

 . 쫌 말려 주소. 내는 아무 죄 없다 아인교

 . 으이, 그거는 느그 아부지에게 가 보래이, 내는 심부름만 했다 안캤나. 또 보재이

 . 표정이 그기이 뭐꼬? 와, 안 반갑나?

 . 문지, 니도 잘했데이. 퍽 잘한 일이데이

 . 치아삐라. 와 이래 덥노? 

 


 

길달과의 만남을 통해 부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이고 왜 그토록 복숭아 나무를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

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죠. 그는 믿을 수 없고 따르기조차 싫었지만 사람과 귀신 사이에게서 태어난 특별하면서도 따돌림 당하기

알맞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고민하게 됩니다. 두두리 들판의 원혼들이 자신을 그들의 대장으로 세우고 자신들을 이끌

어 주기를 원하는 것을 알고는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공주 덕만을 찾아가지요. 저는 여기서 덕만이 마치 선덕여왕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선덕여왕이라는 말은 없지만 그 기량과 마음 씀씀이가 실제 역사속에 존재한 업적을 남긴 선덕 여왕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이름도 같고해서...갈등은 여기서부터죠. 진골 출신의 덕만을 차기 왕으로 세우려는 현재 왕은 부리의 신통한 능력에

불안을 느껴 상대등으로 하여금 부리를 몰래 처치하라고 명령하는데 막상 덕만은 그런 왕의 처사에 호응하지 않고 불교에 귀의

하려 합니다. 권력의 탐욕에 사로잡힌 왕과 상대등은 사실 부리의 아버지인 선왕을 신분이 다른 평민 출신의 여인 도화와 가까이

한다하여 방탕하다는 죄명으로 폐위를 시킨 것에 대한 명분이 정당하지 않음을 스스로 간파하여 더욱 부리를 미워하고 죽이려고

합니다.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부당하게 죽은 이들은 한을 품고 저승을 가지 못한 채 떠돌고 궁에서 쫓겨 원혼들이 있는 두두리

들판으로 온 부리는 그들을 위해 진혼곡을 지어 노래를 불러 줍니다. 너무 억욱하고 한이되어 죽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들..

그들을 위로하는 노래들이 두두리에 울리면서 혼들은 마음을 달래게 되죠.

 

권력과 신분차이를 넘어 사람으로서 존중해 주고 마음을 살펴 주려는 부리의 존재야 말로 죽음으로써만 삶의 고통을 잊게 하는

길에 선 많은 당시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생과 사의 모호한 경계에서 진실하고 행복한 삶을

찾고자 했던 몇 백 년 전 선조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형부가 재미있어 할라나 모르겠네요. 저는 정말 재미있게

밤 늦도록 읽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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